[김상철 칼럼] '글로벌 게임체인저' 진검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

2021-01-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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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흐름 잘타면 우리에겐 승산 있는 게임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지구촌에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동양에서는 올해가 60간지 중 38번째인 신축년(辛丑年), 즉 흰 소띠의 해로 성스러운 기운이 물씬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건다. 한국에서는 한때 고도경제 성장 시절의 상징물이기도 했던 소처럼 힘차게 전진하자는 구호가 새삼 등장하기도 한다. 팬데믹의 절정에서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서양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극복’이라는 단어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지만 언제 혹독한 시련이 끝날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상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작년과 확연히 다른 한 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꿈을 꾸지만, 그 꿈이 실현되는 것은 전혀 별개라는 점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새해 벽두부터 가장 귀에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다시(Re-)’이다. 이 말 속에는 ‘새롭게’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기도 하다.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용어들을 보면 쉽게 감이 잡힌다. ‘회복(Recovery)’, ‘리셋(Reset)’, ‘반등(Rebound)’, ‘개조(Reshape)’, ‘재시동(Reboot)’, ‘재편(Restructuring)’ 등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출발(Restart)’이다. 그러나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헷갈리는 지점이 나타난다. ‘다시’와 ‘새롭게’라는 단어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묘한 충돌이 그 원인이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익숙했던 일상으로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심축을 잡는 것이 여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1년은 인류에게 처절했지만,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큰 교훈을 주기도 했다. 염원과는 달리 팬데믹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귀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연스럽게 개인, 기업, 국가 등 경제주체의 사고와 행동의 우선순위가 재정의될 것으로 점쳐진다. 동시에 회복 과정에서의 명암도 교차할 것이다. 누가 먼저 위험에서 탈출하느냐와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깃대를 꼽을 것인가로 함축된다. 이를 위해서 글로벌하게 공조와 이기가 병존하면서 결과는 ‘K자’형으로 결판날 공산이 크다. 잘되는 자와 잘못되는 자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회복의 과실이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모두 재출발의 선상에 서 있지만, 결과적으론 주머니에 담은 수확에서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현재의 위기가 정점이라고 가정한다면 조만간에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가설은 가능한 예측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이맘때에 곳곳에서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게임체인저들이 등장한다. 난세에, 특히 글로벌 위기가 닥쳤을 때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바꾸려는 사건이나 인물이 벌떼같이 덤벼든다. 위기의 뒤에 오는 기회가 더 크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혁신의 전도사로 익히 알려진 피터 피스크(Peter Fisk)는 단순히 게임에만 참가하는 것이 아닌 게임의 룰을 바꾸는 자가 궁극적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디커플링(Decoupling, 脫동조화)’의 저자 테이셰이라(Teixeira)는 이를 위해 남과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파괴적 혁신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불필요한 정쟁 지양, 시장을 흐름을 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이미 게임에 불이 붙었다.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 증시가 연일 상승 랠리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종 간에 명암은 있지만 잘나가는 업종이 확연하게 눈에 띄고 있기도 하다. 가까운 장래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쪽의 시장에 부등호가 찍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팬데믹 극복에서 서구보다 우위를 보이는 근본적 이유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의 제조와 소비 측면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아시아 증시의 상승을 두고 ‘팩토리 랠리(Factory Rally, 제조업 국가 중심 상승장)’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얼리버드들은 빠르게 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체인저 경쟁에 본격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잘만 타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 내수보다는 수출이 먼저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기업이 이를 선도하고 있으나, 중견·중소기업의 신속한 합류가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선단(船團)이 움직이듯이 일사불란하게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소처럼 힘차게 밀어붙여야 하는 시기에 자칫 실기(失期)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기회를 낚아채기 위해서는 국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소모적 정쟁을 잠재우는 리더십의 복원이 가장 절실하다. 정치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족쇄는 최소한 올해만이라도 지양하고 기업이 밖으로 뛸 수 있도록 방향을 급선회해야 한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기업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그보다 생명력이 훨씬 길다. 악재가 있지만, 호재는 그 이상으로 많다. 시장의 환경은 업종 혹은 시차별로 좋아지는 쪽으로 물꼬를 틀 것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다시 비생산적인 정치 포퓰리즘에 함몰되거나,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면 실로 낭패다. 코로나로 생겨나고 있는 뉴노멀과 이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시장의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진검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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