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모에 살인죄' 여론확산…법조계 "입증 못하면 오히려 毒"

2021-01-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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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재판 앞두고 정인이 사망원인 재검증

"살해 고의성 못 밝히면 양부모 무죄 가능"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지난 4일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상습학대에 시달리다 생후 16개월의 영아가 세상을 떠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두고 가해자인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법조계의 입장은 신중한 편이다. 차라리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유지하는 게 재판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죄 증명이 이미 충분한 아동학대치사죄로도 중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형이 없을 뿐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살인죄와 같기 때문이다.
반면 살인죄는 살해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중순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입양 전 이름·사망 당시 1세)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

정인이가 숨진 자세한 경위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정인이는 신체 가장 안쪽에 있는 장기인 췌장이 절단되면서 복강막에 출혈이 생겨 숨졌다. 소장·대장 등 다른 장기에도 손상이 있었다. 

양어머니 장모씨는 정인이를 들고 있다 실수로 떨어트려 발생한 손상이라며 고의적 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폭행의 정황이 충분하지만 물증이 없는 만큼 검찰도 어쩔 수 없이 장씨를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양아버지 안모씨는 아동학대·방임 등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이번 재감정에서 반복적인 폭행을 입증한다면 이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이들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오는 13일 첫 재판을 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는 이날 오전까지 550여건에 달하는 진정서가 도착했다. 시민들은 장씨 부부를 엄벌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서울남부지검에는 근조화환을 보내며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만여명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정인이 입양 전후 모습.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일선 변호사들은 살인죄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김의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살인죄는 직접 '살해하겠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일부러 괴롭힌 학대치사 행위에 더 가깝다"면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아동학대치사도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중형이 가능하다"면서 검찰이 기존 혐의 입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인죄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도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사형을 빼면 차이가 없다.

살인 혐의로 법정다툼을 하는 게 오히려 양부모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구관희 법무법인 한가람 변호사는 "살인죄는 사형 선고까지 가능해 살해 고의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며 "검찰이 고의성을 밝혀내지 못하면 양부모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도 "섣불리 살인죄를 적용해 양부모에게 빠져나갈 틈을 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살인죄 적용은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택준 변호사는 "검찰이 살인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유죄가 확실한 아동학대치사로 양부모를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죄명을 바꾸는 검찰 측 공소장 변경은 변론 종결까지 허용한다"면서 "합리적 의심 없는 고의성 입증 증거를 확보한 다음에 변경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019년 6월 태어난 정인이는 생후 7개월인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이는 같은 해 3월부터 방치와 폭력에 시달렸고 그해 10월 13일 끝내 숨졌다.
 

정인이 양어머니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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