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의 마지막을 본 대학병원 의사가 당시 아이의 상태에 대해 언급했다.
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를 봤던 이대목동병원 남궁인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CT와 X선 검사 결과는 아동학대 사례로 의학 교과서에 실릴만한 수준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복부 깊은 곳에 있는 췌장이 절단되는 일이 생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인이를 처음 진료한 의료진은 정인이 상태를 보고 '배가 너무 부르고 창백해 선천적 질환이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췌장이 절단돼 복부가 피와 염증으로 가득 차 부어올랐던 것. 심폐소생술로 다시 뛰었던 정인이 심장은 이후 두 차례 더 심정지 끝에 영원히 멈췄다.
정인이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남궁 교수는 "장기가 다쳤을 때 병원에 바로 왔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예쁜 아이가 온몸이 퍼렇게 된 모습에 의료진들은 모두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더욱 분노를 일으킨 것은 학대 가해자인 장모씨의 행동이다. 당시 장씨는 보호자 대시길에서 '우리 애 죽으면 어떡해요'라며 울부짖었다. 이 모습에 남궁 교수는 "당시 가해자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닌 척 죄책감 없는, 너무 슬픈 부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궁 교수는 신고의무자에 대한 보호가 부실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신고를 하면 익명으로, 보호하도록 제도를 갖춰놨음에도 신고 후에는 신고자 신상이 알려져 항의를 받는다. 대학병원은 나은 편이지만 동네병원 의료진은 가해 부모가 이상한 소문을 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첫째 딸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장씨의 집에 입양된 정인이는 아동학대에 시달렸고, 끔찍한 학대 끝에 그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숨지기 전까지 어린이집 교사, 지인, 의사로 인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 있었지만, 양천경찰서는 양부모의 말만 믿고 아이를 돌려보냈고 결국 정인이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