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와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의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향후 대가 산정 기준을 법으로 구체화하고 할당 조건을 세분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의 이슈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주파수 할당 대가 판단의 범위와 기준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이고 투명한 주파수 활용을 위해 대가 산정의 판단근거를 공개하고 할당 조건을 세분화해 국내 전역에 안정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현재는 재할당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 정부의 재량 범위가 넓고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파수 재할당 당시 5G 주파수 기지국 투자와 3G, 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연동한 것을 두고, 국회입법조사처는 5G 주파수 할당 조건과 중복 계상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에는 예상매출액과 무선투자촉진계수 등을 추산하는 전문적인 분석이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이번 할당 대가 발표에는 기존 경매가격을 참조하고 5G 환경을 고려한다는 점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할당 가격 산정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전체 5G 무선국 구축 수로만 3G, LTE 재할당 대가를 연동하면 기지국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거나 속도와 커버리지 등 서비스 질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5G 주파수 경매 당시 2022년까지 △98% 가구의 최소 100Mbps 보장 △모든 고속도로 및 주요 연방 도로에서 최대 전송 속도 100Mbps 이상 및 최소 지연시간 10ms 미만 충족 △연방 정부가 요청하는 시골지역(white spot)에 5G 기지국 500곳 구축 등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다. 일본은 주파수 할당을 받은 이동통신사에게 전역을 4500구역으로 나누어 5년 이내에 50% 이상의 서비스 커버율을 달성할 의무를 부과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파법의 산정기준 구체화 △대가 산정 판단 근거 공개 △주파수 할당 조건 세분화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파법에 예상매출액과 경제적 가치 외에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산정기준을 정하고,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부처가 주파수 할당 대가를 수조원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시행령이 아닌 법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이 제공되는 방식과 내용은 국민 전체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주파수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는지 정부가 공적 자원 가치를 왜곡하는 정책을 취하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대가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기지국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주파수 할당 조건에서 벗어나 지역별 커버리지와 속도 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