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0년가량의 긴 호흡으로 통일을 바라보자면서 북한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유와 금강산관광 공동개발을 희망했다.
이 장관은 22일 서울 노들섬 노들서가에서 통일부 주최로 진행된 ‘청춘이 묻고 그리다. 대한민국 통일과 미래’ 2030 온라인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온라인 토크 콘서트는 중장기적 통일정책의 주체가 ‘청년’이라는 전제 속 이 장관이 청년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이 장관은 “30년쯤 바라보면서 긴 호흡으로 통일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면서 “남북이 갑작스럽게 통일하는 것은 혼란과 부담을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상처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평화 속에서 공존하며 번영하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 남북이 적대와 대결 속에서 살지 말고, 평화 속에서 공존하며 삶의 경험을 통해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선(先)체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30년쯤 보며 통일을 하자. 20~30년쯤 통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연습을 준비하자”고 덧붙이며 통일을 ‘세계로 가는 새로운 고속도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통일이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등 유라시아 대륙을 우리 활동반경으로 삼으면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유럽을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통해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했다.
이 장관은 통일의 필요성과 청년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며, 코로나19 백신의 대북(對北)지원과 금강산관광 공동개발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금강산관광을 재개해 보는 일”이라며 남북 금강산관광 공동개발을 언급했다.
북한은 최근 김덕훈 내각총리의 금강산 관광지구 시찰 소식을 전하며 금강산을 북한식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측은 앞서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에 대한 일방적인 철거를 발표했다가 지난 1월 코로나19 여파로 철거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북한 당국에서 금강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의지를 내비쳤는데, 그보다는 남북이 다시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금강산을 개발하고,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자기 생각을 전했다.
또 “더 나아가 금강산을 거쳐서 북한에서 야심적으로 준비한 원산-갈마지구까지 관광의 무대를 확대해봤으면 한다”며 “개별여행으로 가도 좋고, 다른 사람에 앞서서 이산가족들이 관광 및 개별방문의 기회로 (가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북측의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이 1년 만에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자 이산가족 상봉 등을 앞세운 남북 관광 협력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아울러 “언젠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더 많이 개발되고 보급된다면 서로 나누고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종식시키는 노력을 함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강조해온 남북 보건·의료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18일 KBS 인터뷰에서도 남북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공유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만약 우리가 치료제와 백신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코로나19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로부터 좀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우리가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언급해 ‘대북 퍼주기’ 논란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23일 오후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일대일(1:1) 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장관은 정 수석부의장과 함께 올해 남북 관계를 평가하고, 내년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남북 협력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