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음반 가게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방안에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테이프들이 수북이 쌓여 있기도 했다. 이제 음반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고 테이프는 손에 없지만, 여전히 음악을 듣고 있다. 음반 가게는 앱으로 바뀌었고, 테이프는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다. 음반을 ‘소유’했던 시절에서 음악을 ‘경험’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상품을 ‘구매’하던 행위는 서비스를 ‘구독’하는 행위로 바뀐 것이다. 즉, 소유경제에서 구독경제로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구독경제란 무엇인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사전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통칭하는 경제 용어다. 자동차를 예를 들어보자. 소유경제는 자동차를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것이고, 공유경제는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여러 소비자들이 특정한 조건 하에서 차용하는 것이다. 반면, 구독경제는 생산자에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소유’의 과정이 전혀 없고 ‘경험’만 있다. 소유는 ‘산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고, 경험은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한편, 렌털 서비스는 한 대의 차를 의무보유기간 이용하는 방식이지만, 구독서비스는 다양한 차종을 돌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구독서비스는 ‘경험’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된 것이다.
구독경제 얼마나 커지고 있는가?
기업들이 구독서비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하면서, 구독서비스가 전 산업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첫째, 구독서비스는 잠김 효과(Lock-in effect)를 유도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는 기존 모델과 달리 경쟁사 서비스로 전환하는 고객을 막고, 장기적으로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업 전략이 되고 있다. 둘째, 구독서비스는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산, 공급사슬관리, 인력배치 등의 경영 전반에 걸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2015년 4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까지 약 5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독서비스 기업들은 2020년 코로나19의 경제충격을 실감하지 못했다. 세계 주요 지역별로S&P 500 기업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2020년 -10% 수준의 충격이 있었지만 구독서비스는 오히려 12% 증가했다. 북미지역 기업들은 매출이 평균 -6% 감소했지만, 구독서비스 기업은 매출이 12% 늘었다.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의 지역도 마찬가지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그 차이는 더욱 컸다.
구독서비스, 어디까지 왔는가?
먼저, 구독서비스를 이끄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주목해 보자. 넷플릭스(Netflix) 유료 구독자수는 2020년 3분기 전 세계 1억950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 약 2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의 기호와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화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해 준다.
소비자들은 음식료품을 구독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는 생수를, 쥬비스는 다이어트 식품을, 동원F&B는 반찬을, 버거킹은 커피를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케어비(Care B)라는 이유식 구독서비스를 론칭해 원령별로 맞춤화된 식단을 제공하고, 술담화는 전통주 소믈리에가 고른 전통주를 정기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맥주 회사 기린(KIRIN)은 홈탭(Home Tap)이라는 구독서비스를 선보였고, 한 달에 두 번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맥주를 배달해 준다.
구독서비스는 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면도날을 집 앞으로 배달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밀리의 서재는 5만권의 도서를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월정액 구독서비스를 론칭했고, 꽃 배달 쇼핑몰 쿠카(kukka)는 2주에 한 번 계절에 가장 예쁜 꽃을 배송해 주는 구독서비스를 론칭했다. 오픈갤러리(Open Gallery)는 큐레이터가 그림을 선정해 계절별로 원화 작품을 운송·설치·교체해 주는 구독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동에 관한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다. 현대자동차는 월 구독료 99만원을 지불하고 6가지 차종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도입했다. 한편, 자동차를 넘어 모든 교통서비스를 구독하는 방향으로 경제가 전환하고 있다. 핀란드의 Whim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버스·택시·공유자전거 요금을 각각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월정액료를 내고 조건 하의 모든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구독경제 대응전략
전환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이미 전환되고 달려가고 있는데, 제도나 표준의 전환은 더디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독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될 시 안내가 미흡하거나, 구독 신청은 쉽지만 해지하는 절차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구독서비스를 취소하더라도 환불조치가 미흡한 경우도 있다.
구독경제 결제 관련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구독서비스의 허점을 악용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언택트 사회로 변화하는 경제에서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할지 알리고,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구독서비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도 게을리할 수 없다. 구독경제를 구독해야 한다.
구독경제란 무엇인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사전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통칭하는 경제 용어다. 자동차를 예를 들어보자. 소유경제는 자동차를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것이고, 공유경제는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여러 소비자들이 특정한 조건 하에서 차용하는 것이다. 반면, 구독경제는 생산자에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소유’의 과정이 전혀 없고 ‘경험’만 있다. 소유는 ‘산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고, 경험은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한편, 렌털 서비스는 한 대의 차를 의무보유기간 이용하는 방식이지만, 구독서비스는 다양한 차종을 돌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구독서비스는 ‘경험’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된 것이다.
구독경제 얼마나 커지고 있는가?
기업들이 구독서비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하면서, 구독서비스가 전 산업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첫째, 구독서비스는 잠김 효과(Lock-in effect)를 유도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는 기존 모델과 달리 경쟁사 서비스로 전환하는 고객을 막고, 장기적으로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업 전략이 되고 있다. 둘째, 구독서비스는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산, 공급사슬관리, 인력배치 등의 경영 전반에 걸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2015년 4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까지 약 5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독서비스, 어디까지 왔는가?
먼저, 구독서비스를 이끄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주목해 보자. 넷플릭스(Netflix) 유료 구독자수는 2020년 3분기 전 세계 1억950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 약 2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의 기호와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화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해 준다.
소비자들은 음식료품을 구독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는 생수를, 쥬비스는 다이어트 식품을, 동원F&B는 반찬을, 버거킹은 커피를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케어비(Care B)라는 이유식 구독서비스를 론칭해 원령별로 맞춤화된 식단을 제공하고, 술담화는 전통주 소믈리에가 고른 전통주를 정기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맥주 회사 기린(KIRIN)은 홈탭(Home Tap)이라는 구독서비스를 선보였고, 한 달에 두 번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맥주를 배달해 준다.
구독서비스는 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면도날을 집 앞으로 배달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밀리의 서재는 5만권의 도서를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월정액 구독서비스를 론칭했고, 꽃 배달 쇼핑몰 쿠카(kukka)는 2주에 한 번 계절에 가장 예쁜 꽃을 배송해 주는 구독서비스를 론칭했다. 오픈갤러리(Open Gallery)는 큐레이터가 그림을 선정해 계절별로 원화 작품을 운송·설치·교체해 주는 구독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동에 관한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다. 현대자동차는 월 구독료 99만원을 지불하고 6가지 차종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도입했다. 한편, 자동차를 넘어 모든 교통서비스를 구독하는 방향으로 경제가 전환하고 있다. 핀란드의 Whim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버스·택시·공유자전거 요금을 각각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월정액료를 내고 조건 하의 모든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구독경제 대응전략
전환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이미 전환되고 달려가고 있는데, 제도나 표준의 전환은 더디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독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될 시 안내가 미흡하거나, 구독 신청은 쉽지만 해지하는 절차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구독서비스를 취소하더라도 환불조치가 미흡한 경우도 있다.
구독경제 결제 관련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구독서비스의 허점을 악용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언택트 사회로 변화하는 경제에서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할지 알리고,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구독서비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도 게을리할 수 없다. 구독경제를 구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