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공정3법 등 통과...올해처럼 힘든 해 없었다"

2020-12-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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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반대에도 불구 공정3법 통과...여당 양보 없어

시행령 등으로 보완입법 추진…경제단체 한 목소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 초청 경총 회장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을 오래 경영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1998년 외환위기를 빼고는 없었다. 기업들 역시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상법·공정거래법·노조법 등 기업경영에 부담을 늘리는 법이 무더기로 통과돼 마음이 무겁다. 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서 회원사에 죄송하다."

80대 재계 원로인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에서 열린 비공식 차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가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기업규제법을 처리한 것을 두고 경제 단체 수장으로서 사과한 것이다.

◆야당 한목소리 못내··· "하위 법 조항 건의"

손 회장은 이날 여당과 야당 모두 코로나19로 전례없는 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경제단체가 경제 3법에 대해 반대 의견을 많이 냈는데, 채택되지 않아 실망하고 있다"며 "여당이 너무 의석이 많고, 정치적 이념 등 정해놓은 것을 양보하지 않아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한목소리를 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손 회장은 "야당에서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같은 입장을 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야당 자체가 노선이 불분명하고 내부에서 서로 목소리가 달라 그 자체가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경제 3법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찬성한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반면, 경제단체들 간에는 이견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후반기부터는 모든 경제단체들이 같이 많은 일을 했고, 지금 또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공동명의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해 헌법소원 등 법적 조치는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이 통과했으니 법은 지켜야 한다"면서 "법이 시행되면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만들어질 것이고, 하위법 조항에 기업의 어려움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받아들여지긴 쉽진 않겠지만 시행 유예에 대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끝까지 반대할 것"

손 회장은 재계 반대 속에서 국회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정부 반대도 있어 법이 반드시 통과할 것이라는 확신은 갖지 않고 있고, 두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중소기업은 대표가 형사 구속되면 회사가 무너지는 만큼 우리는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예방은 소홀히 하고 처벌할 테니 잘 막으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기업을 (입법으로) 다그쳐 일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부과한 규제들이 많다"며 "대통령이 취임할 때 세운 공약을 정부가 성실하게 지키려고 하면서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손 회장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것이 경제단체들의 급선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발전했고, 윤리적인 문제도 상당히 전진했다"면서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회장은 "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활력"이라며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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