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당선인 간 조속한 한·미정상회담 개최가 내년 한·미관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 가진 화상간담회에서 올 한해 한·미 외교현안을 평가하고, 바이든 시대의 한·미 외교전망과 계획에 대해 전했다.
그는 한·미동맹 강화, 미·중 갈등 대응방안 모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한·미의 보건 협력 등을 한미 간에 놓인 주요 외교과제로 꼽았다.
이어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사는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중국 정책 방향과 자유주의적 다자질서 복원 움직임 등을 자세히 분석해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방식의 외교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 이미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외교·국방 전문가들이 기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인수위원회가 외국 정부와의 정책 대화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직접적인 접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다행히 주미대사관은 대선 이전부터 바이든 진영 주요 인사들과 미리 접촉해 유대를 만들어 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위에 업무 브리핑을 해주는 주체는 미 행정부 각 부처이고, 이들과는 우리가 상시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인수인계 동향과 주안점을 파악해 가면서 필요할 경우 우리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한반도 문제 등 올 한 해 한·미 외교현안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에 크게 아쉬워했다.
그는 올해 남·북·미 대화를 원활하게 재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북한과 대화 재개의 걸림돌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 대사는 “북한 내부상황과 전략적 고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코로나19 상황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의미 없는 한 해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빈틈없는 공조를 유지했고, 그 결과 큰 긴장 없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양자 현안에 대해선 “동맹현안에 있어 좀 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 대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 해결 등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언급하면서도 “방위비 분담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채 한 해가 지나가게 돼 여전히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사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미국 내 우려를 잠재우고자 미 의회와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