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한’ 與, 野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코로나’ 탓

2020-12-13 20:55
  • 글자크기 설정

정국 차질 우려한 듯…본회의 도중 상임위 개회 못해

野 초선 의원 전원 필리버스터 합류…여론악화 ‘부담’

13일 저녁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의 강제종료 여부에 대한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강제종결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야당을 존중한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이를 뒤엎고 전날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80표, 반대 3표, 무효 3표로 필리버스터 종결안은 가결됐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3년 유예)의 국정원법 개정안은 바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곧이어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다. 민주당이 바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24시간 후 강제로 종료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이유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명분으로 삼았다.
민주당은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3(180석)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데, 정의당을 제외하더라도 범여권 의석은 183석에 육박한다. 민주당은 “야당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내심은 국민의힘의 힘을 빼겠단 의도로 풀이됐다. 필리버스터가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 국민의힘이 제풀에 지치길 바랐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기류가 변화한 것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58명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초선의원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과 문재인 독재 권력은 오직 180석의 힘을 믿고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모든 법안을 독식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초선 의원 전원이 철야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고 했다. 조태용‧김웅‧윤희숙 의원 등이 차례로 본회의 단상에 올랐다. 윤 의원은 12시간 47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2016년 세웠던 최장 기록을 갱신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시간 내내 정부 비판 발언이 이어지고 여론이 반응하자, 민주당은 황급히 방침을 바꿨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법안이 처리된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필리버스터로 인한 여론 악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및 인사청문회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 제56조는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회의 중에는 개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중엔 상임위원회를 열 수 없기 때문에 개정된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내년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향후 정국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 의결을 시도하거나 직권으로 상임위를 개회토록 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여당 편’을 들었다는 정치적 부담을 피해갈 수 없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게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처음에는 호기롭게 하는 데까지 해봐라, 언제까지 할 수 있겠나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며 “초선 의원들이 모두 가담하고, 윤희숙 의원이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하자 이제는 야당의 입을 막겠다고 저렇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