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 아방강역고-7] 고려는 황제국 스모킹건12(3)

2020-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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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황제 앞에 남만과 북적이 허리를 굽히며 조공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6. 고려국황제·성황·천자·신성제왕

<제왕운기> 대금국황제가 고려국황제에게 글을 부친다

흔히들 고려는 원(元) 나라의 간섭이 있기 전에는 외왕내제(外王內帝)체제였다고 한다. ​즉, 외부적으로는 국왕을 칭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황제를 칭하는 이중 체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고려의 군주를 황제로 부른 결정적인 증거도 따로 있다. 고려 시대를 기술한 우리나라 역사서 중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제왕운기(帝王韻紀)』(1)*에는 이런 구절이 명기되어 있다.

금 나라 시조는 우리를 일컬어 부모의 나라(父母鄕)라고 하고, 금나라 사람들의 시에 이르기를, 삼한(三韓)은 부모의 나라(父母鄕).’라고 하였으니, 대개 근본을 잊지 않은 것이다. 형제관계를 맺어 사신을 통하였다. 신(이제현)이 일찍이 식목집사가 되어 도감(都監)의 문서를 열람하였는데, 우연히 금국의 조서 2통을 얻었다. 그 서두에 모두 이르기를, ‘대금국(大金國) 황제가 고려국 황제(高麗國皇帝)에게 글을 부친다. 운운.’이라 하였으니, 이것이 형제관계를 맺은 증거이다.(2)* 
-『제왕운기』, 상권

『제왕운기』의 기록과 아래 중국의 정사(正史) 『금사』등을 크로스체크하면 시조를 비롯한 금국의 주체세력이 고려인을 알 수 있으며 금국의 군주가 고려의 군주를 고려황제라고 칭했으리라 비정된다.

금(金) 시조의 휘는 함보(函普)이며 처음에 고려(高麗)에서 왔는데 나이가 이미 60여 살이었다. 형인 아고내가 불교를 좋아해서 고려에 머물면서 따라오려 하지 않았는데, 말하기를, “훗날에 손들은 반드시 서로 모여 사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지만 나는 갈 수 없다.”라고 하였으며, 홀로 동생인 보활리와 함께 갔다. 시조는 완안부(完顔部)의 복간수 물가에 살았으며 보활리는 야라에 살았다. 그 뒤에 호십문(胡十門)이 갈소관을 거느리고 금 태조에게 귀부하였는데, 자기의 할아버지 형제 세 명이 서로 헤어져서 갔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자기가 아고내(금 시조의 형)의 후손이라고 말한 것이다. 석토문과 적고내는 보활리(고려사람)의 후예이다. 태조가 요(遼)의 군대를 국경에서 패배시켰을 때에 발해인을 초유하기를, “여진과 발해는 본래 같아서 한 집안이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그들의 시초는 모두 물길(勿吉)의 7부이다. 『금사』 ,본기1, 세기(世紀) -

고려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고려의 황제를 성황(聖皇),신성제왕(神聖帝王), 천자(天子)등 다른 단어로 돌려 부르기도 했다.

성황(聖皇)께서는 궁에서 기르게 하셨습니다. 상황(上皇)께서 맞아들여 왕비로 삼으시어 중전을 맡기시고 나라의 재원(才媛)을 여럿 낳아 짐의 짝이 되게 하였습니다.
-『고려사』 88권 열전 희종 후비 성평왕후 임씨


오늘날 신하가 임금을 높이고 찬미할 때 사용하는 호칭이 정도에 지나치므로 이는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상소나 공문서에서 신성제왕(神聖帝王)이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고려사』 16권, 세가16권 인종16년 2월

제21대 희종(1204~1211년 재위) 시기 이규보가 쓴 『보한집』의 축시(3)*에 보면, ‘천자(天子)'란 단어가 여러번 오는 것으로 보아, 고려의 선조들은 고려의 군주를 천자로 불러 황제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7.<풍입송>해동천자, 우리 황제앞에 외국이 귀의하고 조공하네

『고려사』 제71권 지(志) 제25권 악(樂) 2 속악풍입송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필자는 고려의 군주를 황제, 천자로 연거푸 칭하는 『고려사』의 기록을 발견했다. -『고려사』 제71권 지(志) 제25권 악(樂) 2 속악 풍입송

해동천자이신 지금의 황제는海東天子, 當今帝/ 부처가 돕고 하늘이 도와 교화를 펴러 오셨네/ 세상을 다스리시는 은혜가 깊으시니/ 원근과 고금에 드문 일이네. 외국에서 허리를 굽히고 달려와서 모두 귀순하여外國躬趍盡歸依 / 사방이 편안하고 깨끗해져서 창과 깃발을 내던지게 되니/
성덕은 요임금이나 탕임금에게도 견주기 어려우리/ 또 태평시절을 즐기나니, 이곳에서는 생황과 퉁소의 소리 떠들썩하게 들끓는구나./ 아울러 음악소리 가득하니 집집마다 기쁘게 연주하며, /아름다운 이삭 뽑아 향을 피우네. / 오직 우리 군주가 만세토록(聖壽萬歲) 영원히 산같이 높고, 하늘같이 끝없기를 바랄뿐이네./ 사해가 태평하고 덕이 있음이四海昇平有德, 모두 요임금 시절보다도 낫구나./ 변경과 조정에 아무런 사고도 없으니 장군은 보검을 휘두를 일 다시는 없겠구나./남만과 북적이 스스로 내조하여南蠻北狄自來朝, /온갖 보물을 우리 천자의 마루에 조공하는구나百寶獻我天墀/ 금으로 만든 섬돌과 옥으로 지은 전각에서 만세를 외치면서(金階玉殿呼萬歲)/ 우리 주군께서 오래도록 보위에 계시기를 바라네.
이러한 태평시절을 마주하니 악기소리, 노래 소리가 아름다워라.
주군은 성스럽고 신하는 현명하니 / 흙탕물이 맑아지고 바다의 파고도 잔잔하구나/
배나무 밭의 제자들이 우리 황제님 앞에서(我皇前)/ 백옥의 퉁소로 예상곡을 연주하네./
뜰을 가득 메운 신선의 음악이 음률에 맞으니 / 태평스런 술자리에서 군신이 함께 취하는구나.
황제의 마음이 매우 흡족하니(帝意多懽) / 은루야, 바로 오늘은 자주 알려 재촉하지 말라.
문무 관료들이 절하면서 축하를 올리며, /모두 황제의 장수를 비네(共祝皇齡)/
천자께서 옥련을 타고 환궁하시니(天臨玉輦廻)/ 금빛 궁궐, 푸른 누각에 상서로운 연기 어렸네.
꽃같이 흐드러진 미녀들이 천 개의 줄을 지어 늘어섰는데 / 생황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고요하고 밝아 모두다 신선 같구나. / 환궁악사를 다투어 노래함은 /성수만세(聖壽萬歲)를 알리기 위함일세. -『고려사』 제71권 지(志) 제25권 악(樂) 2 속악 풍입송(風入松) (1)*


①해동천자 海東天子 해동은 고려를 천자는 고려 황제를 나타낸다. ②지금의 황제는 當今帝: 금제의 '帝'란 글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려의 군주가 황제를 칭했음을 알 수 있다. ③우리 황제님 앞에서(我皇前) ④황제의 마음이 매우 흡족하니(帝意多懽) ⑤모두 황제의 장수를 비네(共祝皇齡) ⑥천자께서 옥련을 타고 환궁하시니(天臨玉輦廻) 그밖에도 외국에서 허리를 굽히고 달려와서 모두 귀순하여(外國躬趍盡歸依) 남만과 북적이 스스로 내조하여南蠻北狄自來朝,는 고려가 50여개국과 민족이 귀순하고 조공을 바친 사실을 증언해주고 있다.




◆◇◆◇◆◇주석

(1)*1287년(충렬왕13)에 이승휴(李承休)가 지은 『제왕운기』는 보물 418호, 895호, 1091호로 지정돼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과 더불어 심혈을 기울여 편집을 지휘하고 조선 최고의 엘리트 집단 집현전 학사들이 수십년간 걸려 쓴 정사 『고려사』와 그의 요약본 『고려사절요』는 각각 부산시 유형문화재와 경기도유형문화재로 처박혀 있다.

(2)*臣嘗爲式目執事, 閱都監文書, 偶得金國詔書二通. 其序皆云, ‘大金國皇帝, 寄書于高麗國皇帝云云.’ 此結兄弟之訂也.

(3)*天子之光, '천하一家, 天子壽而康建康長發祥, 我國斯無疆, 以近耿光.

(4)* 海東天子, 當今帝佛, 補天助敷化來. 理世恩深, 遐邇古今稀. 外國躬趍盡歸依, 四境寧淸罷槍旗, 盛德堯湯難比. 且樂太平時, 是處笙簫聲鼎沸. 幷闐樂音, 家家喜祈祝, 焚香抽玉穗. 惟我聖壽萬歲, 永同山嶽天際. 四海昇平有德, 咸勝堯時. 邊庭無一事, 將軍寶劒休更揮. 南蠻北狄自來朝, 百寶獻我天墀. 金階玉殿呼萬歲, 願我主長登寶位. 對此大平時節, 絃管歌謠聲美. 主聖臣賢, 邂逅河淸海宴.梨園弟子, 奏霓裳白玉簫我皇前. 仙樂盈庭皆應律, 君臣共醉太平筵. 帝意多懽, 是此日銀漏, 莫催頻傳. 文武官寮拜賀, 共祝皇齡. 天臨玉輦廻. 金闕碧閣繞祥烟. 繽紛花黛列千行, 笙歌寥亮盡神仙. 爭唱還宮樂詞, 爲報聖壽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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