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계열사 대표 80%를 교체하는 초대형 인사를 단행했다. 성과주의를 앞세워 50대 임원들을 대거 전진 배치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경영 복귀는 없었다.
CJ그룹은 10일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하고, 총 78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1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발령 일자는 14일이다.
CJ그룹은 10일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하고, 총 78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1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발령 일자는 14일이다.
◇성과주의 앞세워 50대 임원 전진 배치
그룹 모태인 CJ제일제당 대표에 최은석 CJ 경영전략총괄이 내정됐다. 최 대표는 그룹의 대표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올해 네이버와의 사업 제휴를 주도했다. 1967년생으로 회계사 출신인 최 대표는 2004년 CJ 입사 후 CJ대한통운 경영지원총괄, CJ 경영전략총괄 등 요직을 거친 관리형 CEO다.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신사업 발굴 일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 사령탑에는 강호성 그룹 총괄부사장이 선임됐다. 강 부사장은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거쳐 2013년 CJ그룹에 법무실장으로 합류했다. 올 7월부터 CJ지주와 CJ ENM 경영지원 총괄부사장을 겸직하면서 사실상 대표직 승계를 준비해 왔다. ‘프로듀스 101’의 투표조작 사건으로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소송에 대응할 예정이다.
허민회 CJ ENM 대표는 CJ CGV 대표로 이동한다. 허 대표는 이재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CGV의 심폐소생 임무를 맡았다.
CJ푸드빌의 정성필 대표는 CJ프레시웨이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당초 CJ푸드빌 실적 부진으로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의 원인이 코로나19라는 외부 환경인 만큼 이 회장이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CJ푸드빌 대표에는 김찬호 베이커리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본부장은 1971년생으로 이번에 교체된 CEO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CJ LiveCity(라이브시티)에는 신형관 대표이사가, CJ Feed&Care(피드앤케어)에는 김선강 대표이사가 각각 내정됐다.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는 부사장 대우로 승진하며 이번 임원인사에서 오너가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부사장 대우는 현재 CJ ENM에서 브랜드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장남인 이선호 부장은 이번 임원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이 부장은 지난해 9월 마약 밀수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자숙 중이다. 이 부장에 대한 사내 정직 기간은 끝난 상태다. 다만 이번 임원인사를 통한 승진이 아닌 부장 직급을 유지한 채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젊은 인재 임원승진…여성임원 21% ‘역대 최대’
능력 있는 젊은 인재 중심의 임원승진도 단행됐다.
허민호 CJ ENM 오쇼핑부문대표가 총괄부사장으로, CJ푸드빌 김찬호 대표이사가 부사장대우로 승진하는 등 총괄부사장 1명, 부사장대우 13명, 상무 26명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임 임원(상무대우)은 지난해의 2배 규모인 38명으로 확대됐다. 이 중 밀레니얼 세대인 80년대생 여성 5명을 비롯해 8명의 여성임원(21%)이 탄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임 임원 38명의 평균 나이는 45세로 최근 2년 사이 두살 낮아졌다. 연공보다 능력경쟁을 통한 젊은 인재의 과감한 발탁으로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 가속화를 예고한 셈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불확실한 대외 경영 환경 속에서 혁신성장과 초격차 역량 확보를 통한 질적 성장과 미래 대비에 주력했다"며 "내년 역시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비해 글로벌 생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