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국 주식시장에 780조원이 넘는 비유통주(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중국 증시가 2015년 이후 약 5년 만의 강세장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증시 수급 측면에서 얼마나 부담으로 작용할지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중국 증시에서 상장사 대주주 등이 주식을 팔지 못하는 이른바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되는 물량은 약 4조7000억 위안(783조원)어치다. 이는 2011년 이후 약 10년 만의 최대 규모로, 중국 전체 증시 시가총액의 7%에 상당하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집계했다.
중국은 최근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적극 장려해왔다. 보호예수 기간을 완화하는 등의 규제 완화 조치도 취했다. 특히 최근 잇단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 역시 점점 더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걸 선호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중국기업들은 본토 증시 IPO를 통해 모두 4380억 위안(약 73조원)어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약 10년래 최대치다. 같은 기간 사모 발행(제3자유상증자) 규모도 약 3210억 위안으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당분간 시장에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에이미 린 캐피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잇단 디폴트 사태 속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쏟아져 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보통 보호예수 기간은 주식 발행 후 최소 6개월에서 최장 3년이다. 물론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됐다고 해도 대주주들이 반드시 물량을 내놓는 건 아니다. 물량을 내놓을 지 여부는 주가,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하지만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시장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중소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커촹반 출범 1주년이었던 지난 7월 22일 이후 3거래일간 커촹반 지수는 약 8.2% 하락했다. 커촹반 초기 상장기업들이 보호예수 기간 1년이 지나자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다. 이는 중국 전체 증시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같은 기간 대형주 중심의 CSI(상하이선전)300 지수도 4% 급락했다.
중국 싱예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호예수 물량이 집중 해제되는 시기를 내년 2, 3분기로 봤다. 중금공사(CICC)도 6월 상하이증시 메인보드와 7월 커촹반에서 보호예수 물량이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보호예수 물량이 집중적으로 풀리는 기업은 중국 배터리기업 닝더스다이(CATL), 중국 의료기기 업체 마이루이, 폭스콘인더스트리얼인터넷(工業富聯,FII), 중신건투증권, 중국인민보험그룹이다. 중금공사는 이 5곳에서 해제되는 물량만 최소 198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내년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어느 정도 보호예수 물량 폭탄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 자오상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1조 위안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중국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