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외:who 누구를 맹종하는 자
2급:what 무엇을 아는 자
1급:why 왜 그럴까 묻는 자
특급:how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개선책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자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 중 의전서열은 누가 높을까? 놀라지 말라! 헌법재판소장의 의전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다음인 대법원장과 의전서열이 같은 3위다. 국무총리는 5위다.
헌법재판소의 권한 행사는 국민들에 다섯 차례나 생중계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신(新) 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심판, BBK 특별검사법 위헌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중대 기로를 결정한 헌법재판소 수장의 의전서열 3위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소의 활발한 활약으로 국회보다 헌법재판소를 입법기관으로 알고 있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막상 헌법재판소에 관한 선행연구는 국회와 정부, 대법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지고무상(至高無上)하고 막중대사(莫重大事)를 처리하는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역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잘 알려진 것, 많이 논의된 것보다는 잊혀진 것과 덜 거론된 것을 탐구하길 좋아하는 필자는 헌법재판소를 톺아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 개선책을 제시해보기로 한다.
◆헌법재판관의 자격···비(非)법률전문가에도 개방하라
헌법재판소는 국회 - 정부 - 대법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5부 헌법기관 중 하나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의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극히 엄중한 국가중대사를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헌법재판관 9인(전원 법조인 출신)의 손에 맡겨버리는 현행 헌법에는 전근대적 극소수 과두제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헌법 제111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법관의 자격에 대하여는 헌법 제101조 제3항이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조직법 제42조는 법관의 자격을 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5조 제1항은 재판관의 자격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5조(재판관의 자격) ①재판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에 15년 이상 있던 40세 이상인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 다만, 다음 각 호 중 둘 이상의 직에 있던 사람의 재직기간은 합산한다.
1. 판사, 검사, 변호사
2.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국영․공영 기업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또는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3.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사람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조인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의 폐쇄성에 있다. 법치국가적 전문성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조인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구성의 기본원리로서 다원성의 반영을 요구하는 민주적 정당성에 반한다.
즉,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아니하는 특정 사회계층이 헌법재판권을 전유하면서 헌법의 최종해석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사회적 다양성과 변화를 반영하는 데 소홀할 위험성이 높다.
독일의 경우에는 16명의 헌법재판관들 중 양원에서 선출되는 6인의 헌법재판관들은 연방최고법원(일반·행정·조세·가사·노동법원)의 법관자격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외의 10명에 대해서는 학계의 인사들 중에서 선출되는데, 헌법재판관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헌법재판관 자격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오스트리아는 헌법재판관의 자격에 대해 법학, 정치학 과정을 이수하고 이러한 학력을 요구하는 직에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을 지닌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의 헌법재판관은 법관 및 검사, 대학 교수, 공무원 및 변호사를 포함하여 법학 관련 분야에서 15년 경력을 가진자로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헌법재판은 최고재판소가 담당하고 있다. 최고재판관 15인 중 10인 만을 20년 이상 경력의 법관,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으로서 경력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나머지 재판관 5인은 비법률가여도 상관이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헌법재판소처럼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조인으로만 제한하는 세계적 입법 사례는 찾기 힘들다.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조인 뿐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현행 헌법 제111조 제2항의 “법관의 자격”이라는 문구는 삭제하고 헌법재판소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법에 일정수 이상을 비법조인(예컨대 1/3 이상)으로 충원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는 방식이 국민주권주의 헌법 원칙과 다원화사회 시대정신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극소수자 지배 ‘특수 과두제’···헌법재판소를 개혁하라
소수자가 권력을 독점하던 과두제에서 탈피, 오늘날 국민 모두가 권력을 공유하는 다두제 민주주의 체제와 다양성이 증대된 사회 현실을 감안한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은 물리적·실재적으로 부족하다.
대법원의 대법관 정원인 14인은 물론 헌법상 회의제 기관인 국회의원(200인 이상), 국무회의(15인 이상 30인 이하), 감사위원(5인 이상 11인 이하)의 정원과 비교해보더라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정원만 한 자리 수로 지나치게 적다.
9인의 재판관이 지배하는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소수자 지배의 일반 과두제가 아니라 극소수자 지배의 ‘특수 과두제’라 할 만 하다.
현행 헌법 제111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조 제3항은 “제2항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라고 규정해 대통령이 3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하고, 국회가 3인의 재판관을 선출하며, 대법원장이 3인의 재판관을 지명하여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3부가 합동하여 헌법재판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대조적으로 현행 헌법 제104조 제1항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규정해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구성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모든 대법관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에 비하여 헌법재판관 지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은 현행헌법은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고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국회법상 국회에서 선출하는 재판관의 경우 국회 인사청 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 절차에 따르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임명 또는 지명하는 재판관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 절차에 따르게 하여 임명 또는 지명권자에 따라 절차가 달라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다. 주요 국가의 헌법재판소 정원과 구성방법을 살펴보자.
독일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16인은 상원과 하원이 각각 8명씩 선출하고 임기는 12년이다(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94조). 프랑스의 헌법평의회 9인은 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이 각각 3인씩 임명하고 임기는 9년이다(프랑스 헌법 제56조).
또 오스트리아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14인 중 소장과 부소장을 포함한 8인은 내각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6인은 상원과 하원이 각각 3인씩 임명하며 임기는 9년이다(오스트리아연방 헌법 제147조).
스페인 헌법재판관 12인은 상원이 2인 하원이 4인을 선출하고 행정부와 사법부에 지명하는 자를 국왕이 임명하고 임기는 9년이다(스페인 헌법 제159조).
일본의 최고재판소 재판관 15인은 내각의 지명으로 천황이 임명하고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국민심사에 회부하고, 이후 10년마다 중의원 선거에서 재신임을 받는다(일본헌법 제79조).
◆헌법재판관 정원을 9인에서 15인으로 늘려라
주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할 때, 한국의 헌법재판소 구성방식은 사법부가 관여한다는 점과, 이를 통해 대통령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대법원장의 지명권 행사에 대해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게 문제다.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의 결합에 의해 임명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재판관 지명도 대통령과 국회다수파의 영향을 받게 되어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원성이 더욱 약화될 것이다.
권력분립의 측면에서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의 구성권을 가지나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구성에 관여하지 못하여 균형에 어긋난다. 사법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별개의 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헌법체계와 조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원장에 의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단독지명권을 대법관회의등 사법부의 합의체로 이관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균형감각을 갖춘 재판관 선임을 위해서는 각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독일 헌법재판소처럼 국회가 헌법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프랑스의 헌법평의회와 오스트리아의 헌법재판소를 벤치마킹해서 국민이 선출하여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대통령과 국회가 재판관을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혹은, 스페인의 입법례 (스페인 1978년 개헌 헌법 제162조)처럼 헌법재판소 인원 구성에 일부 사법부의 관여를 인정하는 경우라도 대법원장 단독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현재의 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헌법재판소 정원을 현행 9인에서 15인으로 증원하고, 입법부 단독 또는 입법부와 행정부, 현행처럼 입법 행정 사법 3부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되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 선출하고 헌법재판소의 장은 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제도 개혁을 제안한다.
◇◆◇◆◇◆참고문헌
고문현,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개선방안 - 헌법재판관선출을 중심으로’, 헌법학연구 제11권 제4호
김소연, “헌법개정논의에 있어서 헌법재판소 구성과 헌법재판관 선임의 문제”, [고려법학] 56호, 2010.3,
최선, ‘한국 헌법재판소 구성방식의 원리적 문제’. 현대정치연구, 제10권 1호 2017, 112~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