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22] 대만의 공수처, 염정서 귀감半 반면교사半

2020-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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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법무부 산하 5서 1국중 서열 1위

한국 공수처처럼 청원 24년만에 '우여곡절'끝 설치

소수정예 조직에 막강 권한까지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염정서, 법무부 산하 5서 1국중 서열 1위

대만의 염정서(廉政署, Agency Against Corruption AAC)는 2011년 7월 20일 홍콩의 염정공서(ICAC)를 위주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과 중국의 중앙기율검사위(CCDI)을 가미하여 설치한 대만 법무부 산하 독립형 반부패기관이다.

대만 법무부 산하에는 ①염정서 ②교정서(矯正署 한국의 법무부 교정본부격) ③행정집행서行政執行署 ④조사국調查局미국 FBI와 유사), ⑤최고검찰서(最高檢察署: 한국의 대검찰청), ⑥대만고등검찰서(臺灣高等檢察署, 서울 고등검찰청과 유사) 등 5서 1국이 있다.

염정서는 특별서로 서열로나 예산으로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 법무부 예산 17억 대만달러, 염정서 예산 4억2000만 대만 달러)

◆한국 공수처처럼 청원 24년만에 설치된 대만 염정서

1996년 우리나라 참여연대는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을 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안에서 처음 제시된 공수처는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의 부패방지법에 담겨 국회에 상정됐다.
 

대만 법무부염정서 법무부 청사내에 소재.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이 법안의 제7장에서 공수처에 관한 14개 조문을 두었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철회되어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에 공수처 설치가 제외됐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2월 30일 국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통과하였다. 2020년 1월 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심의, 의결하여 법안을 공포하였고 6개월이 지나고 올 7월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참여연대가 공수처 입법청원 한지 24년만에 탄생 예정이듯 대만의 공수처 염정서 탄생에도 24년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7년 7월, 장제스 초대 총통의 아들 장징궈(蔣經國, 1910~1988년) 총통 집권 당시 103명의 입법원(국회) 의원들이 연명으로 행정원 산하에 '부패방지국'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장징궈 총통이 급서하고 보수·친일 성향의 리덩후이(李登輝, 1923~)총통이 승계하는 바람에 부패방지국 설치는 물거품이 되었다.

2000년 5월,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1951~) 총통 정부의 법무부는 2000년 10월 <법무부 조직법> 및 <법무부염정서 조직조례 >초안을 작성했으나 행정부내에서 유야무야됐다.

천수이벤 2기 정부 때인 2005년 10월 26일, 행정원 제2963차 회의는 극히 제한된 직무권한의 <염정서 조직법>을 입안하여 입법원에 보냈으나 민진당 지배하의 입법원은 2년 반 동안 법안을 계류시켜 놓았다. 그러자 2008년 3월 총통선거 한 달 전인 2008년 2월 13일에서야 입법원 법사위원회는 염정서 설치법 초안을 통과시켜 법안을 입법원 본회의에 보냈다.

2008년 5월 20일 국민당 소속의 12대 총통 마잉주(馬英九, 1950~)는 취임사에서 임기내 강력한 반부패기관 설치를 선언했다. 선언 이틀 후인 5월 22일 대만 법무무는 '중화민국 반부패 기관 설립 평가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부패예방 및 부패방지기관 설치를 공포했다.

같은해 7월 27일, '법무부 조직 조정 및 기획소조‘는 법무부 조직개혁안을 마련, 구체적인 공수처 조직 직급 업무분장안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듬해 2009년 12월 14일 법무부는 구 정권의 염정서 설치법안을 철회하고 새로운 염정서 설치법안을 입법원에 제출했다. 2010년 1월 8일 입법원은 기존의 천수이볜 정부의 염정서 설치법 철회를 가결했으나 새 염정서 설치법안은 기득권의 반발로 2년여째 표류되고 있었다.

그러던 2010년 10월 판사가 뇌물을 받고 무죄를 선고한 사건 관련 판사 4명에게 징역 11~20년, 검사 1명에게 징역 6년, 변호사 1명에게 징역 1년 6월형이 선고됐다. 이 대만사회를 왈칵 뒤집은 초대형 법조 비리사건은 염정서 창설의 촉매가 됐다.

2010년 12월 9일, 법무부 부패방지에 관한 독립위원회 즉 염정서조직법 초안이 입법원 법사위원회 제16차 회의에서 가결되어 2011년 4월 1일, 입법원 본회의 동법안을 통과시켰다. 2010년 4월 20일 마잉주 총통은 동 법률안을 공포하고 같은해 7월 20일 법무부염정서(서장 차관급)가 설치되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소수정예 조직에 막강 권한까지

대만 법무부염정서는 서장(차관급) 외 부(副)서장 2인 산하에 종합규획조(綜合規劃組, Planning), 방탐조(防貪組,Corruptiontion Prevention), 숙탐조(肅貪組, Civil Service Ethics), 정풍업무조(政風業務組, Malpractice Investigation), 북부지서, 중부지서, 남부지서를 두고 있다. 지원조직으로는 비서실, 인사실, 회계실이 있다. 

2019년 12월 현재 염정서 총원은 198명으로 소수정예다(‘법무부염정서조직법’에 따른 정원은 240명).

업무는 크게 반부패정책의 수립과 추진 등 기획, 부패행위 단속, 부패방지, 각계각층 반부패 업무의 지도 감독등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부패행위 단속을 맡은 숙탐조가 염정서의 핵심부서다.

숙탐조는 형법을 비롯한 각종 형사법, 공직자 이익충돌회피법, 공직자재산신고법, 공무원청렴윤리규범 등 반부패관련 법률 법규 및 지침을 위반한 정부부문 공공기관, 군과 민간 사회단체 학교, 공기업에 소속된 공직자와 임직원의 부패관련 조사와 법집행업무를 담당한다. 또 숙탐조에는 상주검사도 파견돼 있는데 이들은 수사·기소 관련업무를 관리한다.

대만 염정서의 조직 독립성은 홍콩의 염정공서에 비해 약하지만 권한의 범위는 홍콩의 그것에 비해 손색이 없다.

대만 염정서는 수사권, 조사권 압수수색권, 기소요구권, 계좌추적권, 특수한 경우 무영장 체포권, 지위박탈권, 정보자료요구권이 있다. 위반행위자의 구금, 은행계정이나 예금구좌 추적조사, 혐의자의 임의적 재산 처분 및 예금 인출 등 재산권 행사 제한 권한, 재산명세서 제출요구권, 무영장체포권 등 강력한 조사권 및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어 부패 통제의 효과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염정서는 인지(認知)·고발 사건을 부패사건과 일반사건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직접 수사하고 후자는 자체 처리나 검찰·경찰·법무부 조사국 등 관련 기관 이첩한다.

수사 후 기소 여부 판단은 상주검사가 담당하며, 경우에 따라 최고검찰서(대검찰청) 소속 전담 검사가 맡기도 한다. (권한의 법적근거: 법무부 조직법, 법무부염정서 조직법)

◆염정서의 실적과 평가 : 절반의 성공

대만 염정서는 2018년 10월 말 현재까지 총 387건 기소하여 사형 2명, 8년이상 징역 5명 등 대다수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염정서가 거둔 주요 실적은 다음과 같다.

∙ 2015넌 9월 금문현 경찰서장 陳○○ 11년 징역
∙2015년 7월,신베이시 부시장 쉬즈젠許志堅 뇌물죄 사형판결
∙ 2015년 2월 공군 제1병참부 장교 詹○○ 뇌물수수죄 8년 징역,
∙ 2014년 2월 곽모 중령 뇌물수수죄로 기소 14년 징역
∙ 2013년 1월 공기업체 사장 黃○○ 거액의 뇌물죄와 주가조직죄 사형

2017~2018년 2년간 염정서는 1453명의 부패혐의자 수사를 했는데, 그중 고위공직자 129명이나 된다.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비 선출직 고위 공직자는 65명, 지자체장, 지자체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64명에 달한다.

염정서 설치전 2008년 대만의 국가청렴지수CPI 순위는 39위로 한국의 40위와 별 차이 없었다. 그러나 2011년 염정서 설치후 2012년 37위, 2014년 36위 2018년 31위로 매년 평균 1단계씩 청렴지수가 올라 한국의 청렴순위 45위보다 14단계가 앞섰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정서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기존의 총리급 부처의 감찰원, 사법원 산하의 특별정사조(特別偵伺組), 법무부 산하에 조사국과 최고검찰서, 내정부 산하에는 경찰조직과의 업무중복과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 비리 등을 포함한 ‘거악 수사’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온 기존 법무부 조사국과 업무충돌이 잦아 법무장관이 직접 조정과 중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비록 사형판결 2명 8년이상 징역 5명의 실적을 거두었지만 ‘게이트’라 할 만한 대형 부패사건을 수사한 실적이 미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따라서 염정서가 대만의 국가청렴지수를 높이는 데 일정한 기능과 역할을 해온 부분은 우리나라 공수처가 본받을 만한 귀감이지만 염정서가 ‘법무부 산하 독립기구’라는 제도적 제약을 극복하지 못한 채 법무부에 예속된 기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은 우리나라 공수처 조직과 그 운영과정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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