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20] ​알부자 대만을 낳은 영수증 복권제

2020-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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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의 며느리까지 총살해도 못 잡은 부패를 잡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진 한국의 영수증 복권제

‘보이지 않는 약손’ 영수증 복권제를 부활하라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백성이 스스로 입법할 권리가 있다(民自權立法) -다산 정약용

∙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제도를 바꿔라. 제도를 개혁하면 의식도 개혁된다. -문협 강효백


황홀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스카 4관왕 소식을 접하는 순간, 마치 내가 로또 1등을 연달아 네 번 당첨된 듯 황홀했다!

종합예술 영화창작 세계최고! 세계 최우수 문자 한글 창제 한민족의 창조력 세계 최고! 봉준호 감독처럼 세종대왕처럼, 우리 한민족의 창조력은 전분야 세계 최고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부터 창조의 개념 영역이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에 국한돼 버렸다. 탁월한 법제도 '도입'하는게 아니다. 제·개정 '창조'하는 거다.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법률이나 제도, 시스템이나 규칙을 만들 경우 ‘제정’이라는 용어 대신, 대부분 ‘도입’이라는 서술어를 쓰고 있다. 19세기 수준에 머문 시대착오적 용어인 ‘도입’은 하루 빨리 ‘제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도입'은 본래 일본이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이후, ‘탈아입구(脫亞入歐)’, 즉 아시아로부터 탈출한다는 명목으로 유럽의 모든 과학기술과 자금, 문물과 법제를 도입하려 했을 당시에나 쓰던 케케묵은 용어다.

설령 그 법제가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이라도, 세계 10위권의 중견강국 대한민국의 위상과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제정·시행하여야 할 것 아닌가.

◆아시아 최고 알부자 나라 대만

아시아에서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CIA자료기준) 주요경제지표가 가장 양호하고 국민 모두 잘 사는 아시아 최고 알부자 지역은 어디일까요? 놀라지 말라 ‘대만’ 이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대만 면적은 3만6000㎢으로 우리나라 경상남북도 만한 좁다. 인구는 약 2400만명에 불과하다. 작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가용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전 세계 최고다. 석유나 철광 등 이렇다 할 부존자원도 없고 250배나 큰 중국 대륙과 정치, 군사적으로 대립 상태다. 유엔회원국도 아니어서 2020년 2월 현재 수교국이 15개 뿐으로 외교적 고립상태다. 그런 대만의 경제지표(CIA자료 기준)를 우리나라, 일본과 비교해보자

2017년도 대만의 1인당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는 세계 28위, 싱가포르등 도시국가를 제외한 순위는 세계 15위, 동아시아 1위다.

외환 및 금 보유고는 4567억 달러로 세계 5위, 총수출액은 $3조 4980억 15위를 차지한다. GDP 대비 국가부채율은 35.7%로 149위다. 더할 나위 없이 재정이 건전하다. 또한 국민의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조세부담율은 16%에 불과해, 세계에서 조세부담율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은 없어도 중소기업과 작은 부자도 많다. 한마디로 알부자가 많다.  일본은 물론 한국보다 훨씬 열악한 여건인 대만이 왜 이처럼 잘 사는 나라일까?

제도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융복합인문사회과학도를 지향하는 필자가 보기에 대만 알부자의 비결은 다음 세가지 보물법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① 1982년 세금영수증복권제 (세금영수증과 복권을 통합) 제정 및 부단한 제도개선으로 부가가치세(영업세)의 탈루율을 0.1% 이하로 극소화
② 2003년 국민투표제(유권자1.5%서명하면 자동 국민투표) 제정, 총6회 국민투표 실시
③ 2011년 기소수사권 보유한 슈퍼 공수처인 염정서를 설치 현재까지 고위공직자부패사범(장교 공기업체 임원 포함) 사형 2명, 8년 이상 징역 5명등

영수증-복권 통합하면 조세 부정 사라질 듯” 세계일보 1994. 12.29 지금으로부터 26년전 생애 최초의 제도개혁에 관한 칼럼이자 최초로 국내 창조적도입을 주장한 영수증 복권제는 우여곡절 끝에 2000. 1. 1.부터 시행되어 세 원 확보에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기득권의 저항과 법적 재정적 보장이 미흡 등으로 시행 10년 만에 폐지되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총통의 며느리까지 총살해도 못 잡은 부패를 잡다
 

대만정부는 중화민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3월부터 최고등수 당첨금액을 1000만NT$(한화 약 4억원)로 대폭 증액하는 등 영수증복권제의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나라 살림에 새는 돈이 없는 나라 대만의 영수증 복권제를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패 때문에 대만으로 쫒겨난 장제스(蔣介石, 1887~1975년) 총통은 1949년 12월 총통부 광장에서 부패혐의로 자신의 큰며느리를 공개 총살했다.

장제스는 필자의 마지막 모교 대만 국립정치대학(박사학위과정)의 초대총장을 역임했다. 캠퍼스 한가운데 그의 기마상도 있다.

장제스는 부패 때문에 패망한 자신과 국민당을 뒤늦게 증오하며 제도화보다 그때그때 피의 살육으로 대처했다. 효과는 전혀 없었다. 제도 개혁없는 사안별 중벌주의는 오히려 그가 의도했든 안했든 정적제거 목적으로 해석될 뿐이다.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蔣經國, 1910~1988년)는 집권하자마자 세금영수증과 복권을 통합한 통일발표(統一發票)제도를 디자인하는등 절묘한 제도화로 뿌리 깊은 부패와 탈세를 제어했다.

장징궈 총통시절인 1982년 5월 28일 중화민국 재정부 부령(部令)33935호, <영수증복권지급판법(統一發票給獎辦法)>을 제정, 시행했다.

그가 사망하기 며칠 전 1988년 1월 대만 입법원은 <영업세법> 제58조를 재개정, 영수증복권당첨금에 필요한 소요예산을 연간 영업세 총수입 비중 1%에서 3%로 증액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폐막 하루전 1988년 10월 1일, <영수증복권지급판법>을 개정, 금전등록기영수증을 영수증복권에 포함시키고 최고 당첨금액을 200만 대만달러로 대폭 증액했다.

2000년 1월 1일,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시 전자영수증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하여 종이 영수증복권 인쇄에 들어가는 예산을 절감했다. 2001년에는 632만장 종이 영수증복권의 인쇄비용 1억8960만 대만달러를 절약하고, 2005년에는 연간 3억2800만 대만달러를 절약했다. 

2006년에는 영수증복권 당첨금 지급처를 합작금고은행에서 대만우정공사로 전환하였다.  대만 국민당 정부는 중화민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3월부터 최고등수 당첨금액을 1000만NT$(한화 약 4억원)로 대폭 증액하는 등 영수증복권제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표2> 참조).

인도의 저명한 문학가 쿠샨 미트라(Kushan Mitra)는 2013년 대만의 통일발표를 인류사상 최고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시스템으로 극찬했다. 대만의 영수증복권제를 인도가 참조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진 한국의 영수증 복권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진 제도라 할까? 우리나라도 영수증 복권제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2000년 1월 1일 정부의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표준 양성화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신용카드영수증복권부터 시행했다. 매월 1회 전월 사용 영수증에 대해 추첨을 실시하고 1등 당첨금은 1억 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 원년 2003년부터는 신용카드에 직불카드를 포함시켜 실시했다. 2005년에는 현금영수증복권제를 실시하여 한국의 영수증복권유형은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복권 등 3원화되었다. 2005년 1년간 한국의 영수증복권제는 유형별로 매월 1회 추첨하고 최고등수 1등 당첨금 1억원 등 연간 총 약 480억원의 복권당첨금이 지급되었다.

2006년 1월 국세청은 신용카드복권제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및 정착에 많은 기여를 하였으나 신용카드 사용증가 추세가 둔화되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하였다. 이와 함께 직불카드 및 현금영수증복권의 1등 당첨금도 1억원에서 1000만원으로 감액하였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직불카드사용분 추첨을 폐지하고 등수에 관계없이 복권당첨금을 5만원으로 대폭 감액하여 지급하였다. 2010년 12월 23일 국세청은 복권제 시행 10년으로 신용카드․현금영수증 등 세원양성화를 위한 복권제 도입목적이 상당부분 달성된 점을 감안하여 폐지한다고 밝힘으로써 한국의 영수증복권제는 모두 폐지되었다(<표 3>참조).

국세청의 발표대로 세원양성화를 위한 영수증 복권제의 목적은 달성되었는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2017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소득세 택스 갭(tax gap) 규모와 지하경제 규모 추정’ 에 세목별로 보면 부가가치세 19.1%의 11조7000억원를 탈루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조정되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초로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엄한 법률과 법령을 제정하여 보이는 칼로 사정없이 내리쳐도 끈질기게 기생하는 부정과 비리를 근절할 수는 없다.

제도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긍정적인 유인동기가 있어야 한다. 세정의 투명성 확대를 위한 강제적 수단이 가지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의 제공을 통하여 경제행위자 스스로 행위를 바꾸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약손’ 즉 제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보이지 않는 약손’ 영수증 복권제를 부활하라

대만은 횡재에 대한 기대심리와 상거래와 세금납부행위를 절묘하게 접합시킨 통일영수증복권제를 제정, 이 제도의 부단한 질적 개선과 양적 확산을 통하여 탈세와 누세를 방지하고 감세를 하면서도 세수를 증가시켜 자국의 지하경제 양성화에 성공적으로 기여해왔다.

반면 한국은 신용카드영수증복권제와 현금영수증복권제를 세원확보에 효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정착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각각 실시 약 6년 만에 폐지했다.

이에 필자는 낮은 세율을 유지하면서도 세수를 증가시키고 탈루세를 최소화하여 자국의 지하경제 양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대만의 영수증복권제를 창조적으로 재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재도입이 아니라 과거 한국이 시행한 바 있던 영수증복권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여 새로운 차원의 영수증복권제를 제정,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영수증복권제의 성패는 영수증복권에 대한 법적 재정적 보장성에 달려있다. 우선 <부가가치세법>에 영수증복권제 실시를 의무규정화 하고, 연간 부가가치세 세수총액의 1%를 복권제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으로 충당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면 어떻겠는가?

영수증 복권제를 실시하되, 당첨금과 당첨율을 대폭 높이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영수증을 성실하게 발급하는 사업자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영수증복권발급에서부터 당첨금 수령에까지 이르는 번잡한 레드 테이프를 제거하여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영수증복권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영수증복권 세부운영규정은 그 실질적 내용이 납세의무자의 권익에 관련되는 내용이므로 국세청 고시의 행정규칙이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령, 즉 법규명령으로 격상시켜 제정,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주요참고문헌

-강효백, 세금영수증과 복권을 통합하자. 『세계일보』 1994.12.24
- “복권과 영수증을 통합하여 조세부정을 봉쇄”, 『한국논단』, 1995. 6.
-『창제(創制)-Dreaming to recreate law』, 이담북스, 2010.
-한국과 대만의 세금영수증복권제 비교, 한국 동북아학회, 2014년
-呂春熹,“統一發票制度評估”,『國立政治大學行政管理碩士學程論文』, 2002.
-臺灣財政部統計處, 『2017 賦稅收入統計』,中華民國 財政部統計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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