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천그룹 디폴트 후폭풍…국유은행도 덮쳤다

2020-12-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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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미상환 대출금만 335억 위안…건설·공상은행도 포함

국유기업 잇단 디폴트로…국유은행 부실채권도 급증

[사진=화천그룹]


BMW 중국내 합작 파트너사로 잘 알려진 중국 국유자동차기업 화천(華晨)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후폭풍이 은행권까지 덮쳤다. 화천그룹이 중국 은행권에도 수십억 달러가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천그룹이 지난해말까지 중국 국내은행, 외국계은행, 신탁회사 등 약 70곳에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만 335억 위안(약 5조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화천그룹에 대출을 제공한 은행 중에는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2곳인 건설은행과 공상은행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 기준, 화천그룹이 건설은행과 공상은행에 상환하지 않은 대출금 잔액만 각각 20억 위안, 6억42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DBS은행도 화천그룹에 약 7억7900만 위안어치 대출금이 물려있다.  이밖에 화천그룹은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도 모두 25억 위안을 빌렸다. 

이에 따라 현재 각 은행마다 화천그룹 디폴트 사태가 미칠 영향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화천그룹 디폴트로 중국 수조 달러 회사채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다. 랴오닝성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화천그룹은 최고 신용등급인  'AAA'로 평가받았으나, 지난 10월말 1700억원 어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현재 화천그룹은 파산을 통한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부실한 국유기업을 중국 정부가 더 이상 구제해주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됐다. 

웨이허 가베칼 드래고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속출하면서 중국 은행권 자산 건전성도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유은행이 직격탄을 입었다.  중국에선 국유은행에 대한 정부 입김이 센 데다가, 국유은행들도 정부 뒷배경이 있는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을 선호한다. 그동안 국유은행들은 국유기업 부실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포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화천그룹에 이어 허난성 석탄 국유기업 융청메이뎬, 메모리반도체 국유기업 칭화유니그룹 등 국유기업에서 잇달아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국유은행까지 후폭풍이 밀려든 것이다. 

게다가 국유기업은 덩치가 커서 대출 규모도 크다. 부실이 한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중국에서 부실채권 잔액이 가장 많은 4대 은행은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 4대 국유은행이었다. 공상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잔액이 2019년말보다 12% 늘었다.

중소형 은행들도 피해를 입는 건 마찬가지다. 랴오닝성 지방 중소은행 진저우은행의 경우, 화천그룹에 대출해 준 자금만 9억5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진저우은행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가 터져 공상은행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FT는 진저우은행처럼 자금난에 처한 지방 중소 은행들이 빌려준 자금이 화천은행 전체 대출금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화천그룹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랴오닝성 정부는 최근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FT를 통해 "화천그룹과 랴오닝성 정부는 지역 경제를 돕기 위해 은행들이 양보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DBS는 화천그룹 디폴트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랴오닝성을 비롯한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지역 경제 전망에 대한 외국기관과 글로벌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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