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주목받은 재테크 시장이 있다. 바로 '공모주 투자'다. 올해 공모주 시장은 사상 최대 경쟁률을 갈아치우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SK바이오팜, 빅히트, 교촌에프앤비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공모주 투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재테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부품기업 명신산업은 코스피 사상 최고 경쟁률을 세웠다. 명신산업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1196대 1로 집계됐는데 이는 유가증권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공모가 역시 회사 측이 제시한 희망범위 4900~5800원을 훌쩍 넘어선 6500원으로 확정됐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제일모직의 청약 금액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30조9899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고 청약 경쟁률만 323.02대 1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을 지난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역시 IPO 역사를 새로 썼다. 기관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에선 1478.5대 1로,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 경쟁률(836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공모가는 주당 2만4000원으로 정해졌다. 일반 투자자들 대상으로 청약 최대 규모인 58조의 증거금을 모았다.
이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17.25대 1 경쟁률을 기록해 명신산업 이전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 역시 최상단인 13만5000원을 확정했다.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는 606.97.대 1 경쟁률로 청약 증거금 58조4247억원을 모았다.
지난 3분기에는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과 상장 초기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었다. 3분기 신규 상장사는 총 44개로 이들 기업의 공모금액은 3조1968억원을 모으며 3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더 많은 기업이 공모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올 4분기 50~60여개 기업이 상장하고 공모 규모는 3조~3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6일 기준 63조23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6일 60조원을 재돌파한 투자자예탁금은 18일에는 65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함께 언제나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데 대어급 IPO를 앞두고는 예탁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에도 IPO 큰 장이 열릴 전망이다. 유동성을 등에 업고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6조~40조원), 크래프톤(20조~30조),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분사회사, 40조~50조원), 카카오페이(7조~10조원) 등 초대형 기업들의 상장이 예고됐다. 최대 수십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기업들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높은 수익률 이후로 일반 투자자의 IPO 공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일반 투자자의 풍부한 자금과 IPO 시장 관심 확대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IPO 시장 호황 이면엔 부작용도 존재한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거나 시초가를 밑도는 등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시작한 후 상한가)을 기록한 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대형 IPO 공모가 흥행에 참패하거나 상장 뒤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경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이때다 싶어 IPO를 서두르려는 기업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좋은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고 급증하는 상장사 매수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