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GI(강성부펀드)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은 25일 첫 심문을 갖는다. 법원의 판단은 산은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가 경영권 분쟁 개입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전망이다.
산은은 경영권 분쟁 개입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공급을 넘어 한진그룹 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선택임을 강조한다.
한진칼이 산은과 체결한 투자합의서를 보면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의원 등을 선임해야 한다.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권과 동의권도 준수해야 한다.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등 경영 관련 감시를 받게 된다. 투자합의서 중 중요 조항을 위반하면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또 산은은 한진칼 지분 확보 후 일부에만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원이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해도 KCGI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한진칼 이사진 대거 교체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칼이 임시주총을 수용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개최가 가능하다. 다만 KCGI가 임시주총으로 불리한 입지를 만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각 주체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면서 산은이 KCGI 요구를 일부 허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산은 입장에서 보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차치하더라도 관련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이다. 이후에도 당위성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산은이 제3자 배정을 통해 받는 한진칼 신주는 오는 12월 22일 상장된다. 일반 주주공모를 통해 실권주를 받으면 빨라도 내년 1월이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가능성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산은이 한진그룹 경영 감시를 위한 체계를 마련한 후 KCGI가 요구하는 이사 선임 등을 일부 수용하면 논란은 일부 수그러들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항공업 통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권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은 이를 어렵게 만든다. 산은과 한진칼이 합의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구조도 문제지만 세간에는 KCGI를 향한 편견도 여전하다. 사모펀드는 결국 차익이 목적이라는 시선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산은과 한진칼 그리고 3자연합은 또 다른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빅딜이자 국내 항공업 재편을 위한 중요한 결정”이라며 “경영권 분쟁 이슈도 중요하지만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것을 방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굳이 우위를 따지자면 현재는 ‘경영’이 아닌 ‘산업’”이라며 “대립이 지속될수록 양측 모두에 불리한 만큼 당사자들이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