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가계 저축률이 올해 들어 최대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소득·고용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돈을 쌓아두는 가계가 늘어난 것이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저축률은 지난해 말 7.2%에서 올해 8월 14.1%로 2배가량 상승했다. 유로존과 영국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각각 12.3%, 6.0%에서 올해 2분기(4~6월) 24.6%, 31.8% 올랐다. 영국의 가계저축률은 반년 만에 5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이 제로금리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예금금리 또한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저축률이 크게 오른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가계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자를 못받더라도 돈을 모아두고 보자는 가계가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비 올해 2분기 유로존에서 저축이 늘어난 요인의 약 40%는 고용·소득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한 '자발적 저축'이었다. 이는 약 20%를 나타낸 1분기 때보다 2배가량 오른 수준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들 국가의 저축률은 더 오를 전망이다. 주요국이 잇따라 '봉쇄' 조치를 강화하며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여 돈을 모으는 '비자발적 저축'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향후 봉쇄조치가 완화되면 비자발적 저축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자발적 저축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유럽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단축 근무제도 지원 축소로 기업 해고가 늘어나고, 소득감소 등을 우려한 가계의 자발적 저축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