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그룹이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 이뤄낸 실적이다. 이로써 9~10월 두 달간 2000억 위안어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의 70% 이상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40조 규모 부채난에 허덕이는 헝다그룹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이 최근 보도했다.
◆ "13만명 전직원 동원해 아파트 판매···못 팔면 임금 삭감 경고도"
헝다그룹은 지난 9일 이 같은 부동산 판매 실적을 공시하면서 올 들어 누적 판매액이 2922억5000만 위안을 기록해 올 한해 매출 목표치(6500억 위안)의 91%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헝다그룹은 사실상 10월 말까지 올해 목표치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누적 매출을 8000억 위안까지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헝다그룹이 놀라운 매출 실적을 이룬 데에는 그룹내 13만명 전 직원을 아파트 판매 영업에 동원하고 최대 30%까지 집값을 할인하는 행사를 벌인 덕분이었다.
헝다그룹 전기차 사업부 한 직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1인당 아파트 3채를 팔아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할당량을 팔지 못하면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헝다그룹은 전국적으로 분양 중인 최소 600개 아파트 단지에서 30%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 폭이었다. 여기에 추가 할인 혜택까지 더하면 100만 위안짜리 아파트도 거의 반값 수준인 58만 위안까지 살 수 있었다고 한 매체는 전했다.
이 기간 헝다그룹이 어찌나 대대적으로 할인 행사를 벌였는지, 전국 고속도로에 세워진 전광판은 헝다그룹 아파트 할인 행사 광고로 도배되고, 심지어 저 멀리 신장위구르자치구 병원에도 헝다 부동산 할인 광고판이 붙여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142조 빚폭탄에···금융리스크 우려 확산
이처럼 아파트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린 것은 헝다그룹이 맞닥뜨린 부채 상환 압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빚을 갚기 위해 수중에 현금 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헝다그룹을 둘러싼 부채 위기설은 끊이질 않았다. 앞서 9월 25일엔 헝다그룹 부채와 관련한 구조조정 루머가 시장에 돌며 홍콩거래소에서 주가는 장중 약 10% 폭락했다.
루머에 따르면 헝다그룹 부채가 8355억 위안(약 142조원) 수준으로 심각하며, 내년 1월까지 상환해야 할 부채 원리금이 1437억 위안이라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만약 광둥성 정부가 구조조정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경우 헝다그룹은 물론 중국 금융권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루머의 주요 내용이었다.
헝다그룹은 즉각 루머를 부인하고 나서는 한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 "보통주 전환, 2개 사업체 상장 등" 부채 줄이기 안간힘
루머가 퍼진 후 나흘 만인 지난달 29일 헝다그룹은 약 30여명의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투자 협약식을 진행했다. 투자자들이 헝다에 투입한 1300억 위안 전략적 투자금 중 800억 위안을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에서 서명한 것이다. 이는 헝다가 내년 1월까지 선전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갚아야 할 부채였는데, 이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헝다그룹으로선 단기적으로 부채 상환 부담을 일부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 산하 자동차와 부동산관리 부문을 따로 떼내 각각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상장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채를 줄이고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화타이증권은 헝다그룹이 자동차, 부동산관리 부문을 별도로 상장시키면 500억 위안 현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은허증권은 이번 상장으로 헝다그룹 순부채율을 50% 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도 직접 나서서 매년 1500억 위안씩 부채를 줄여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헝다그룹이 여전히 부채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 불안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헝다그룹이 상환해야 할 채무가 1200억 달러로, 이중 최소 58억 달러는 두달내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헝다그룹 자산부채비율은 82%, 순부채비율은 199%다. 이는 중국 부동산 업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하오훙 홍콩 보콤인터내셔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부채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