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일자리 없애 일자리 창출?"…중개사들 분노 활활

2020-10-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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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개사 없는 거래' 담긴 한국판 뉴딜정책 발표…업계 반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릴레이 1인 시위…청와대 청원 10만명 돌파

공인중개사가 필요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정부 발표에 부동산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공인중개사가 필요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발표하면서 직업을 잃게 되는 중개사들은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공]

◇일자리 창출 위해 일자리 없애는 뉴딜?...중인중개사들 '분노'

피켓을 든 공인중개사들이 잇따라 국회,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공인중개사들은 잇따라 1인 삭발 시위에 나서며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1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그 세부 과제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개사를 통해 매물을 직접 방문하는 방법 대신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집을 보고, 공인중개사 없이 당사자끼리만 협의해서 계약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중개사들은 가뜩이나 정부의 계속된 규제로 일거리가 줄었고 업무 내용도 까다로워져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아예 일거리를 빼앗아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언론보도가 나온 당일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에 결사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시위 등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공인중개사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밝히며 강력히 항의했다.

협회는 지난달 23일부터 박용현 협회장을 시작으로 국회와 민주당사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줄 때까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상서’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달 21일 게재된 해당 글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10만1943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올해 7월 현재 중개업 종사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며 “일자리창출을 선포한 국가가 역설적으로 실업자 양산에 앞장선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기 전에,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100만 중개 가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23번의 대책이 쏟아지면서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혼란에 빠진 국민들에게 바뀐 정책을 설명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고 정책의 변화로 계약이 해제될 때마다 뒷수습하고 손해배상 요구에 시달리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런데 정책실패로 인한 비난 여론이 쇄도할 때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그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중개사들 릴레이 1인 시위에도...국토부·기재부·과기정통부, 서로 '떠넘기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이를 추진한다는 정부 부처를 찾을 수 없다. 부처마다 '우리 사업이 아니다'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자료에 적시된 내용인데,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그 내용이 담긴 블록체인 정책을 담당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두 '모르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중개사 없는 주택 거래 시스템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논란이 커지자 “주택 중개의 상호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가상현실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은 계속 추진하고 있으나 아예 중개사 없는 거래 환경을 만드는 내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예산안 자료를 낸 기재부는 "과기정통부에서 낸 자료를 취합했을 뿐,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고, 과기정통부도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정부 합동 보도자료에는 내용이 있지만, 정작 이를 추진한다는 부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중요 관심사가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 자료가 발표됐는데, 주무나 관련 부처들이 자신의 업무 내용이 어떻게 반영돼 공개되는지 사전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 거래 급감에…개업 줄고 폐업 늘고

최근 문을 닫는 부동산중개업소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적으로 부동산중개사 사무소 1028건이 폐업했다.

폐업한 사무소는 지난 5월 919건, 6월 991건, 7월 989건으로 3개월 연속 늘었고 8월 1028건으로 1000건이 넘게 폐업했다. 개업 사무소는 지난달 1302건으로 7월(1468건) 대비 11.3% 감소했다. 6월 1488건 개업한 뒤 2개월 연속 줄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가을 이사철(9∼10월)을 앞두고 중개업소 폐·휴업이 지난 6월 141건, 7월 149건, 8월 182건으로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달 광주, 울산, 충북에서는 개업보다 폐·휴업이 많았으며 제주는 개업과 폐·휴업이 같았다.

지난 7월 31일부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물건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거래가 얼어붙은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부동산규제와 코로나19로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폐업이나 휴업하는 중개사 사무소가 늘었다”며 “전국적으로 폐·휴업이 개업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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