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막바지 접어든 백신 레이스…왕관은 누가 쓸까?

2020-09-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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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기준 강화하며 '안전' 방점

트럼프 원하는 10월 중순은 불가능

연말까지 나온다 vs 내년 중반 돼야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 세계 제약사들의 백신 경쟁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선두 그룹으로 분류됐던 기업들은 속속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일부 시험에서 부작용이 보고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 연말, 내년 초 정도에는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자체 개발한 백신의 효능에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나 개발 및 시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막바지 접어든 백신 전쟁

효과적인 백신이 정확히 언제 출시될 것인가는 전 세계의 관심사다. 그런 만큼 연일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과 연구진 및 개발자 사이에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백신 개발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이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등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 11월 대선을 앞두고 10월 중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도 “10월 중순까지 백신이 준비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바로 접종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이 현실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에 필요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지침은 이번 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FDA는 임상시험 3상 참가자들이 두 번째 백신을 맞은 후 최소 두 달간 상태를 추적하도록 백신 개발사들에 요구할 방침이다. 대선 전 긴급승인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FDA는 또 백신 후보의 효과 검증을 위해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시험 참가군과 고령층 가운데 최소 5건의 코로나19 중증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위약과 대비해 코로나19 백신이 최소 50%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의 상황은 참담하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사망자는 무려 20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역시 686만명 이상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사망자 수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며, 비극적인 보건 상황에 대해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FDA의 긴급승인 강화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은 연말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은 일반 국민들의 접종 시기가 내년 7~8월은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신감 넘치는 화이자··· 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연말까지 결과 도출 예상

백신 개발사 중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다. 지난 15일 로이터 통신은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부작용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화이자는 3상 임상시험에서 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한 결과를 밝혔다. 이 중 1만2000명 이상이 2회차 백신을 맞았다. 백신의 안전성과 내성을 계속 검토 중인 가운데, 화이자는 보고된 부작용이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회사로부터 독립적이며, 부작용이 심각하게 발견될 경우 백신 연구 중단을 권고할 수 있는 데이터점검위원회 역시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화이자는 밝혔다. 또 나타난 부작용 중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라고 화이자는 밝혔다.

앞서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연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라 경영자는 화이자가 개발한 실험용 백신의 효험을 알 수 있는 확률이 현재로는 60% 정도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10월 말까지는 임상 3상의 초기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가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라고 지목해 더 관심을 받았다. 게이츠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순조로운 개발로 가장 먼저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큰 곳으로 화이자를 꼽았다. 게이츠가 부인 멜린다와 운영하는 자선재단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 역시 화이자가 FDA로부터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승인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폴 오피트 FDA 백신 자문위원 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화이자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오피트 교수는 “자신들도 향후 결과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내년 초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선두 그룹 중 하나인 모더나 역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보이면 긴급사용승인(EUA)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모더나 백신 후보물질이 최소 70% 효과를 지녔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 감염 고령환자와 의료진 등 고위험군에 대한 EUA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지난 17일 보도했다. 반셀 대표는 안전성검증위원회가 3상 초기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면서, 11월에 잠정 분석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충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12월, 늦게는 내년 3월이나 5월은 되어야 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 7월 백신 후보물질이 소수 참가자한테서 유의미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는 초기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달 초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심각한 부작용 발생 탓에 백신 임상시험을 중단시킨 바 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영국과 브라질에서 임상시험을 다시 시작하며 백신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백신 개발이 연내 긍정적 임상 결과를 내기 바란다는 입장만을 취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더는 고통 못 참는다"··· 브라질 등 중국 백신 도입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내년 초·중반을 유력한 백신 접종 시기로 꼽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다르다. 백신의 효과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종 임상 중인 중국 백신은 5개다. 브라질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 백신에 대해 긍정적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주앙 도리아 주지사는 지난 20일 SNS를 통해 내달 중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 백신 500만개를 전달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연내 백신 4600만개를 확보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주 정부 산하 연구소가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일찌감치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지난 15일 중국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UAE 보건예방부는 임상시험 참가자가 3만100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한 항체 형성 반응이 나타났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질병통제센터는 15일 일반 중국인들은 이르면 11월이나 12월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WSJ에 따르면 시노팜은 이미 중국인 35만명에게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또 다른 거대 제약화시 캔시노가 실험용 백신을 군인들에게 사용하는 건이 승인받기도 했다.

중국은 자국 코로나 백신에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백신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21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선두에 서 있으며, 일부 백신은 이미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00여개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전단계 혹은 임상시험 중에 있지만 모두 효과를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하며 중국 백신을 치켜세웠다.

우준여우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전문가는 지난 14일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실험용 백신을 맞았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이상 증세를 보인 적이 없었다"면서 "11월이나 12월에 일반 대중을 위한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백신 승인을 한 러시아 역시 자국 백신에 자신감을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유엔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1일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공식 승인했다, 그러나 스푸트니크 V는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을 건너뛰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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