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둔 중국에서 혁명 작곡가 정율성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자긍심을 고취시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옌볜대 측은 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을 기념해 이번 가무극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 운동에 투신한다. 1939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으며 '팔로군행진곡, '옌안송' 등 수많은 혁명 음악을 작곡했다.
팔로군행진곡은 1988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식 군가로 지정됐고,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주요 열병식 때마다 연주된다.
'군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율성은 녜얼(聶耳), 셴싱하이(冼星海) 등과 함께 중국 3대 혁명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2009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방 후 북한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나 1951년 중국으로 돌아갔으며 1976년 베이징에서 사망하자 빠바오산(八寶山) 혁명 열사릉에 묻혔다.
4막 13장으로 구성된 가무극 '정율성'은 1933년 정율성이 항일 투쟁에 뛰어든 뒤 1945년 승전할 때까지의 삶을 다룬다.
내년 5월 베이징에서 초연을 한 뒤 2022년 8월까지 중국 내 순회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웅 옌볜대 총장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대형 가무극을 공연하게 됐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율성의 딸인 정소제 여사는 "부친에 대한 영화, 드라마, 음반, 전기 등이 제작됐지만 가무극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가무극이 하루빨리 관객과 대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제작 발표회 개최 소식을 전하며 "혁명 선구자들의 말처럼 '한 곡의 훌륭한 혁명 군가는 한 병단(兵團)의 위력을 능가한다'"며 "정율성이 작곡한 곡들은 인민 군대의 혁명 영웅주의를 반영하는 불후의 명곡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7일에는 하얼빈에서 정율성의 친필 악보 기증식이 열렸다. 정소제 여사는 팔로군행진곡 등 정율성이 직접 쓴 악보 8편과 함께 정율성의 부인이자 중국 최초의 여성 대사(네덜란드·덴마크 등)인 딩쉐쑹(丁雪松)의 유품 및 서예 작품을 하얼빈 '정율성 기념관'에 기증했다.
기증식에 참석한 쑨저(孫喆) 하얼빈 시장은 "정율성 기념관을 하얼빈의 특색 있는 명함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정율성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라며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아우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