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제정방침이 산업과 언론의 우려를 자아내는 이유는 공정위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공정위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공정위의 규제대상 플랫폼은 쇼핑몰에 국한돼 있어 앱마켓, 소셜미디어, 가격비교, 검색엔진 등 수 많은 플랫폼 산업의 일부에 불과할 뿐 아니라, 공정위 보도자료의 어디에도 이러한 플랫폼이 혁신시장을 형성하고, 토종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의 자국시장 장악을 막아주는 댐이자 방파제 역할을 해 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찾아볼 수 없다.
해외 사례라고 하는 EU와 일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U는 규제대상의 예시로 아마존(쇼핑몰), 구글 스토어(앱 마켓), 페이스북(소셜 미디어), 스카이스캐너(가격 비교), 구글(검색 엔진 등)을 명확히 들고 있다. 도입한 규제도 불공정관행 금지(계약의 중단 시 명확한 이유와 이의제기할 기회 부여, 약관 변경 시 최소 15일 이내 통지), 투명성 제고(검색결과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의 공개,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에 유리한 혜택 제공시 그 내용 공개), 분쟁해결 시스템 도입(입점한 중소기업과 분쟁해결시스템 도입, 중재인 2인 임명, 분쟁해결 시스템 운영결과의 공개의무) 등으로 우리 법에는 대부분 도입돼 있거나 투명성과 분쟁해결의 기본적 요소를 담고 있을 뿐이다.
일본이 말하는 특정 디지털 플랫폼 규제법안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특정 디지털의 플랫폼 예시로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들고 이들을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 부르며, 이들이 개인의 방대한 구매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우위를 창출하고 있어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은 경제재정·재생상이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술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부당행위 금지 관련 내용을 법안에 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해외 사례라고 주장하는 EU와 일본 모두 ‘거대 플랫폼’인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로부터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목적으로 부당행위 관련 규제는 아예 넣지 않거나(일본), 계약중단이나 약관 변경 시 설명의무 등 최소한 규제(EU)를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면, 부당행위에 관한 일반적 규제 조항을 법률로 제정할 경우 ‘기술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며, 그러한 규제의 기술혁신 방해효과는 토종 플랫폼에 오히려 더 큰 역규제로 작용해 빅테크회사들의 시장 장악을 더욱 촉진하게 됨을 EU와 일본의 경쟁당국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글로벌 플랫폼 경제에서 소비자 후생은 토종플랫폼이 성장해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할 때 증가된다. 토종플랫폼은 소비자의 데이터와 국부를 지키는 댐이자 방파제다.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방침은 글로벌 플랫폼을 막아낼 토종플랫폼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술혁신을 위해 최소한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공정위는 섣불리 IPTV법을 만들어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방송시장을 헌납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