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보, 인사상 불이익 불가피"…'유재수 사건' 금융위 인사담당자 증언

2020-09-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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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인사과장 "구체적 수준 몰라도 인사 어렵겠다 생각"

"유재수, 쉬는 기간 안 원해"… 금융위, 사표 제출 시기도 배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통보가 결국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졌다는 인사담당 실무자의 증언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징계가 아닌 인사와 관련해선 민정수석실과 구두로 소통했고, 감찰 이후 '인사에 감안하라'는 선에서 중요보직으로 인사를 내지 말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는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금감원 국장에 대한 감찰을 마무리하며 '징계를 지시하지 않고 "통보"만 한 것은 불이익을 주라고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속행 공판에 출석한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장 최모씨는 이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청와대에서 '인사 참고 하라' 연락…일반적으로 인사 불이익으로 읽혀
그는 2017년 12월 초순쯤 호출을 받고 위원장실에 올라가 보니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부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인사 참고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감사원에서도 나올 텐데 인사에 참고하라는 이야기는 1급 승진은 안된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설명드렸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검찰: 구체적인 비위 내용이나 감사 결과 없이 "인사에 참고하라"고만 하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까?

최씨: 징계는 아니지만 인사상 불이익 대상으로 이해했습니다.

검찰: 어느 정도 불이익을 주기 위해선 구체적 비위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최씨: 연락 온 곳이 민정수석실이잖아요. 인사 검증기관인데 구체적 수준을 알 수는 없었지만 승진이나 산하기관 임원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등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한 이후 '유재수의 비위에 대해 감찰을 했으나 대부분 "클리어"됐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고 전달한 것 또한 구체적인 비위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금융위원장 등의 감찰·인사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구체적 비위 내용을 알지 못하는 금융위원장이 정상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유 전 부시장을 일단 대기발령하는 데 그쳤고, 이후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내고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회 전문위원 자리가 영전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적지 않았다. 앞서 재판에 나왔던 김용복 제1차관은 "금융위 요직인 금융정책국장에서 여당 전문위원으로 간 건 영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대기발령 상태로 금융위 내 입지가 위태로워진 유 전 부시장이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갈 기회가 생겨 사표를 제출하고 떠난 상황으로, 일종의 '도피처'였다는 설명이다. 김 차관은 "청와대 연락 이후 유 전 부시장은 더 이상 금융위에 있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은 실무자였던 최씨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은 대기발령으로 실무에서 배제된 상태였고, 해외취업까지 알아봤다는 것. 결국 더 이상 알아볼 곳이 없어 전문위원으로 추천했을 뿐 유 전 부시장 본인도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증언이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이) 처음에 미국으로 가고 싶어했던 것 같다"라며 "파견·휴직·재취업도 있지만 2~3개월 안에 갈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핵심 요직인) 금융정책국장에서 보직해임된 유재수가 더 낮은 자리로 가기는 어렵지 않느냐"며 "사표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 아니냐"고 신문의 고삐를 조였고, 결국 최씨로부터 "사표와 100% 똑같진 않다"면서도 "다만 금융정책국장을 그만두고 1급을 하지 못하면 쉽게 어디로 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답을 받아냈다.
 
사표 내는 시기도 마음대로?…금융위 차원의 배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전문위원으로 가기로 정해진 뒤 한 달가량 더 근무한 것도 문제 삼았다. 감찰까지 받은 공무원이 사표 시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청와대의 비위 무마 덕분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최씨는 월급을 한 달 더 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실상 한달가량 금융위에서 유 전 부시장의 편의를 봐줬다는 취지다. 이같은 답변은 검찰의 질문에서 나왔다.

검찰 : 유 전 부시장은 사표를 내달라고 하는데도 2018년 3월 끝까지 있었던 건 한달 급여를 더 받기 위해서 그런 겁니까.

최씨 : 기본적으로는 그렇죠 (그만두면) 한 달은 쉬고 하는 거니까요.

검찰 : 가는 건 확실한데 쉬었다가 가느냐 급여를 받다가 가느냐의 이슈만 남은건데 급여를 받기 위해 그런 거네요.

최씨 : 쉬는 기간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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