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의 인수·합병(M&A)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LVMH는 9일(현지시간) 미국과 프랑스의 무역분쟁을 이유로 티파니 인수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티파니는 LVMH가 변심해놓고 핑계는 대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당초 162억달러(약 19조2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이 거래는 LVMH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보석 시장에서 LVMH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빅딜로 평가됐다.
앞서 프랑스가 미국 기술 공룡들을 상대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산 명품 등 13억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협상 기한을 2021년 1월 6일로 제시한 바 있다.
LVMH는 "이번 거래는 이뤄질 수 없다. 우리는 마감일 안에 거래를 완료할 수 없는 상황이며, 마감일을 연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거래는 불가능하다. 단순한 논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티파니는 LVMH가 인수를 철회할 새 구실을 찾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티파니는 "우리는 합의된 조건에 따른 거래가 파기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도 제기했다. LVMH가 11월 24일 안에 합병을 완료하거나 티파니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티파니는 또 LVMH가 고의로 거래를 지연해왔다고 주장했다. 티파니가 미국과 중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마친 데 반해 LVMH는 8월 말까지 유럽연합(EU)에 반독점 심사를 신청조차 안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LVMH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명품업계 전반이 침체되자 티파니와 인수액 재협상을 원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이 20~35% 가량 감소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LVMH는 티파니를 주당 13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현재 명품 시장의 어두운 전망을 감안할 때 비싸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티파니 주가는 간밤 6.44% 하락한 113.96달러에 마감했다. 7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티파니 매출은 13억달러로 전년 대비 30% 쪼그라들었고, 순익은 -3300만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뉴욕에서 시작한 티파니는 182년 전통의 세계적인 보석브랜드다. 특히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는 1961년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배경으로 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LVMH는 프랑스의 패션 재벌 아르노 가문의 기업으로, 루이뷔통, 펜디, 크리스티앙디올, 지방시, 불가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화장품 세포라와 샴페인 돔페리뇽, 고급호텔 벨몬드도 LVMH의 지붕 아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