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레피니티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 세계 M&A 거래액은 4850억 달러(약 584조원)로 1년 동기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가 경제 봉쇄령을 내리면서 M&A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거래를 찾기보다 현재 있는 사업을 지키고 위기에 대응할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로펌 커클랜드앤드엘리스의 에릭 쉴레 파트너는 "지난 몇 개월 내내 상황이 바쁘게 돌아갔지만 큰 규모의 새 거래는 거의 멈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 합의됐던 거래들도 무산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서만 2분기에 44개 거래가 취소됐다. 1분기에 비해 3배나 많아진 수치다.
이 가운데 해외여행 의존도가 높은 거래들이 거의 절반이었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지난해 12월 맺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지분 인수 합의를 되돌렸고, 월가 유명 헤지펀드 큰손 댄 로앱이 세운 백지수표회사 파포인트애퀴지션 역시 관광객 세금 환급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블루를 2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합의를 철회했다. 백지수표회사란 특정되지 않은 기업의 인수를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합의한 인수액을 낮추려는 시도도 있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해 11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16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현재 인수액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아누 아이옌가 글로벌 M&A 공동 책임자는 이번 위기로 기업들은 향후 거래에서 보다 엄격한 조건의 계약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9/11 테러 이후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슷했다"면서 "기업들이 합의한 거래를 무산하는 일이 잦아진 뒤에는 계약서에 더 많은 규정이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유행과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하반기에는 M&A 시장이 한층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기업들의 몸값도 인수할 대상을 찾는 많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평가다.
FT는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음식 배달업과 유럽의 통신업, 그리고 제약과 바이오산업에서 활발할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