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곤두박질'에 중국 임대주택 사업 '줄도산'…금융 리스크 뇌관 되나

2020-09-08 15:37
  • 글자크기 설정

유행처럼 번진 장기주택 임대사업···지난해 50여곳 파산

월세시장 '냉각'에··· 장기임대 주택 사업 '난항'

세입자 대부분 임대대출 이용···부실대출 리스크 확대

[사진=중국 CCTV 보도]


#. 중국 상하이 푸둥의 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근무하는 탄 씨는 최근 아파트를 장기 렌트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찾았다. 매월 4100위안씩 1년치 월세를 한 번에 지불하면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대출을 껴서 1년치 월세를 몽땅 내고 임대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두달 뒤 갑자기 집 주인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집 주인 예씨의 말은 다르다. 예씨는 '란웨'라는 아파트 장기렌트 사업자로부터 11개월 동안 매달 5500위안씩 임대 수익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위탁했다. 그런데 예씨는 두 달 뒤 란웨로부터 회사가 문을 닫아 임대 수익을 챙겨줄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상하이 푸둥지구에 있던 란웨 사무실이 하루 아침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최근 중국 상하이, 항저우 등지에서 장기임대 주택 사업자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집세를 떼먹고 달아나는 사태가 잇따르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국영중앙(CC)TV에서도 집중보도할 정도다. 일각에선 이것이 금융 리스크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유행처럼 번진 장기주택 임대사업···지난해 50여곳 '줄도산'

중국 36커 보도에 따르면 7~8월 두달 새 중국내 20여곳 장기임대 주택 사업자가 란웨처럼 '파산'했다.  청두 12곳, 항저우 4곳, 상하이 3곳 등이다. 36커는 지난해에도 자금난으로 문 닫은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만 52곳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최근 장기 임대 주택 사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말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장기 임대주택 제도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이들은 대부분 집주인으로부터 임대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위탁받은 빈집을 새롭게 개조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임대를 줬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집주인에겐 높은 임대수익을 보장한다고 약속하고 집을 위탁받은 임대 사업자들이 싼값의 임대료로 세입자를 유치하면서다. 부족한 액수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해 메꾸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경영을 유지했다. 

중국에서 부실 리스크 터진 장기주택 임대 사업자 명단. [사진=36커]


◆월세시장 '냉각'에··· 장기임대 주택 사업 '난항'

사실 중국 내 아파트 월세가 치솟을 때 장기 주택임대 사업자들은 중간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그런데 최근 중국 경기 둔화세 속 임대시장이 얼어붙어 빈집이 늘고 월세가 곤두박질치자 자금난에 빠졌다.

중국 부동산 전문 베이커연구원에 따르면 8월 첫주(8월3~9일) 중국 전국 아파트 임대 거래는 직전주 대비 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월세는 1.1%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었다. 둘째주에도 월세 하락세는 이어졌다.

이로 인해 부실 장기주택 임대사업자들은 줄도산을 면치 못하게 됐다. 장다웨이 중위안부동산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2년새 중국 임대료 상승폭이 둔화했다. 올 들어 오르기는 커녕 내렸다"며 "예전처럼 돌려막기 방식으로는 모자란 자금을 메꾸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대형업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중국 대형 장기임대주택 사업자 쯔루는 최근 각 집주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월세를 많게는 최대 1000위안까지 내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월세를 내리지 않으면 집을 개조할 때 든 인테리어·가구 비용까지 배상하라고 '협박'까지 해서 논란이 일었다. 

◆ 세입자 대부분 '쭈진다이' 이용···부실대출 리스크 확대

장기임대 주택 사업자들이 '줄도산'하면서 금융 리스크도 불거졌다. 세입자 대부분이 집을 렌트할 때 장기주택 임대사업자과 계약을 맺은 금융업체로의 '쭈진다이(租金貸, 임대대출)' 서비스를 이용해 임대료를 지불한 것이다.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된 상하이 대형 장기주택 임대사업자 칭커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세입자의 65%가 연이율 최고 8.6%의 '쭈진다이'를 이용했다. 게다가 세입자로부터 그렇게 한 번에 1년치 월세를 몽땅 챙겨서 자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한 사업자들도 있다. 

장기임대주택 사업자 '줄도산'으로 금융 리스크가 불거지자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는 잇달아 장기임대주택 시장 리스크를 속속 공지하고 나섰다. 이달 초 후베이서 우한시는 장기임대 주택 사업자를 신용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시켜 만약 신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중앙정부도 나섰다. 중국 주택도시건설부는 7일 '주택 임대조례(초안)'을 마련해 각계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 초안엔 주택임대 사업자 정의, 영업활동, 지원책, 서비스, 관리감독, 법률적 책임 관련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사업자가 세입자에게 주택임대 대출을 강요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