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신 상소혁명" 정치풍자로 도배된 국민청원

2020-09-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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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정부의 실정을 맹렬하게 비판한 진인 조은산의 '시무7조'를 필두로 정치풍자 '상소문'(임금에게 글을 올리던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상소혁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는 정치풍자를 통해 정치권에 쌓여있던 불만을 터뜨리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단편적인 면모만 부각된 비판글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인 조은산 VS 림태주 설전 이어 백두 김모 등장
 

[사진=림태주 페이스북]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직언을 담은 상소문) 형식의 청원글 '시무 7조'가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자신을 '진인(塵人)' 조은산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문 대통령을 '폐하'로 칭하고, 여권 인사들을 '탐관오리'에 빗대어 정부를 향해 7가지 직언을 쏟아냈다.

진은 조은산의 '시무7조'는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무 7조'에는 "첫째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둘째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셋째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넷째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다섯째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여섯째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일곱째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청원글은 이날 현재까지 41만1383명의 동의를 얻으며 국민청원 참여인원 상위 2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재확산을 촉발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43만여명)과 근소한 차이다.

상소문이 반향을 일으키자 '시집 없는 시인'으로 유명한 림태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교-백성1조'라는 글을 올리고 시무 7조를 '삿되다'(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고 혹평하고, 진인 조은산을 '졸렬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진인 조은산이 림태주를 향해 "너는 내가 무엇을 걸고 상소를 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며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마라"고 재반박글을 올리면서 온라인 설전이 가열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림 시인은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 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며 "좌든 우든 상식과 교양의 바탕에서 견해를 나누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논쟁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교' 글을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자신을 백두 김모라고 소개하고 '영남만인소'라는 상소문을 올린 청원인이 나타났다. 영남만인소는 조선시대 고종 재위시절 영남 지역 유생 1만여명이 정부의 개화정책에 반대하며 낸 상소문이다.

백두 김모는 "진인 조은산이 망령된 상소문을 황상폐하께 올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인심을 혼란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도 뒤이은 글에서 "조국이 황상폐하의 뒤를 잇는다면 이 나라를 '일등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일등이 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진중권 "이것이 풍류...그쪽저쪽 나눠 더럽히지 말기를"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친정부 성향에서 '저격자'로 돌아온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미있다. 싸움을 이렇게 하면 풍류가 있잖아. 두 분, 수고하셨다"라고 '진인(塵人)' 조은산씨와 림태주 시인의 논쟁을 치켜세웠다.

림 시인의 '하교' 글에 악성댓글이 쏟아지자 진 전 교수는 다시 글을 올려 "그쪽이든 저쪽이든 두 선비들의 논쟁을 쌍욕으로 더럽히지 말기를"이라고 적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후원금을 모아 출간한 '조국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대항해 만든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필진에 참여한 인물이다.

'조국흑서'가 흥행에 대해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부글부글 끓는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는)국민들의 인내심이 점점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관종(관심 받는데 집착하는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말)이 너무 많다", "촛불혁명이 아닌 상소혁명의 시작", "이런게 바로 해학의 민족", "풍자를 풍자로 받자", "어줍잖은 글로 비판해봤자 이해가 안됨"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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