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예산안-일문일답] 홍남기 "재정건전성 악화해도 성장률 높여야 선순환 체계 구축"

2020-09-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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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연말까지 가면 역성장 방지 어려워"

"재정준칙, 한국 상황에 맞춰 유연성 보강해 제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다시 찾아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가 계속되면 역성장 방지 노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대비 8.5%(43조5000억원) 증가한 2021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국세 수입 감소로 총수입은 483조원에 그쳤지만 지출은 증가하면서 89조7000억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 GDP 대비 국가채무도 46.7%로 치솟는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2021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국가채무와 수지가 악화되더라도 재정지출을 통해 재정이 역할을 해주는 게 성장률을 높이고 다시 재정건전성을 찾아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증가율이 굉장히 높았던 만큼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9월에 검토를 마무리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 예산안 관련 브리핑 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아래는 홍남기 부총리와의 예산안 일문일답.

Q.국가채무비율 증가가 과도하다고 생각해 불안해하는 국민들도 많은데, 부총리의 견해는?

홍 부총리 =2019년부터 2021년까지 8% 이상의 재정지출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 침체가 있었고 올해는 코로나 경제 위기가 있었다.

정부에게는 적정한 규모의 재정 역할을 통해 낮은 성장이 예상되더라도 그냥 가는 것과, 채무와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률을 높이고 다시 재정건전성을 찾아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국가 채무와 수지가 악화되더라도 재정 지출을 통해 재정역할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년에도 8.5% 지출 증가를 결정했다. 작년과 올해 워낙 어려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만 재정역할을 강화한 게 아니라 G20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런 와중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정여력이 있다는 점이 반영됐으며, 재정건전성 면에서도 앞으로의 재정소요를 감안해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도 병행하겠다.

Q.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까?

홍=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추세와 코로나 확진자 증감을 반영해서 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0.1%로, 역성장을 방지하는 목표를 제사했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다시 통제된다면 3분기 반등과 역성장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성과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의 확진자 수 증가가 연말까지 간다거나 하는 새로운 상황이 나타나면 올해 내 역성장 방지 노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한은이나 연구소처럼 성장률을 그때그때 조정해서 제시하지 않는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제시한 목표가 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다. 성장률을 추가적으로 조정해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Q.재정준칙에 대한 입장은?

홍=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증가율이 굉장히 높았다. 국가채무나 재정수지 등 재정 여력도 약화된 측면이 있어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악을 해보니 전 세계에서 92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에도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토 중이다. 9월에 검토를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Q.재정준칙은 어떤 유형이 될까?

홍=선진국을 보니까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채무준칙, 수지준칙, 지출준칙, 수입준칙이다. 여기에 더해 계량적인 준칙이 아닌 비계량적인 정성준칙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재정준칙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 위기처럼 아주 극단적으로 위기가 와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될 상황에는 예외로 인정하는 등 여러 가지 유연성을 보강해서 재정준칙을 제시할 계획이다.

Q.증가율로만 따지면 2021년도 예산은 낮아진 것이다. 정부가 보는 확장재정의 기준은?

홍=확장재정은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다. 하나는 총수입증가율과 총지출 증가율의 차이, 즉 세입증가율과 세출증가율의 차이다. 2021년도 예산안은 총수입증가율은 0.3%지만 총지출증가율은 8.5%로 두 증가율의 차이가 8.2가 된다. 2020년도 예산은 이 차이가 7.9였다. 이 차이가 확장재정 여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두 번째는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이 총지출증가율을 얼마나 초과했느냐는 기준이 있다. 올해는 경상성장률이 3.8%였고, 총지출증가율은 9.1%로 그 차이가 5.3%였다. 내년에는 총지출증가율은 8.5%, 경상성장률은 4.8%로 그 차이는 3.7%다. 이 기준에 의하면 올해보다는 조금 낮아지기는 하지만 경상성장률을 훨씬 넘는 수준의 총지출 증가율이 두 번째 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제금융기구(IMF)가 만들어낸 '재정충격지수(FI, Fiscal Impulse)'가 있다. FI지수가 0보다 크면 확장적 재정, 0보다 작으면 긴축 재정으로 판단한다. FI지수가 올해에는 1.7이었는데 내년에는 2.0이 나온다.

Q.증세 등 다른 대책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홍=정부는 내년 예산을 짤 때 증세를 고려하지 않았다. 지난번 세제개편안 발표 때처럼 조세중립적으로 세제개편을 마련했다.

큰 폭의 증세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별도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씀씀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세입 측면에서 비과세 감면을 줄이거나 탈루소득과 같은 과세원을 발굴하는 게 중점 대책이다.

Q.피치에서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 달성하면 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있다고 얘기했다.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채무비율이 50%정도로 나온다.

홍=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데에는 그 나라의 경제 상황, 채무, 수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피치는 그중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상당히 주의 깊게 관찰하는 평가기관 중 하나다. 정부도 GDP 대비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경계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대응책도 같이 마련해 나가겠다.

국가신용등급도 변동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코로나 위기 과정에서 약 190건 정도의 신용등급 하락 결정이 있었다. 한국은 이제까지 3개 신용평가기관(무디스, S&P, 피치)에 의한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최대한 설명을 하고 재정 역할의 불가피성도 설명하면서 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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