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력·유동성 갖춘 '스마트 개미'··· 주식시장 판 바꾼다

2020-09-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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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학습효과··· 하락장에 저가매수

귀동냥 '단타매매' 대신 증시 투자 주체로

'공매도 금지' 큰 목소리··· 서점가도 점령

[아주경제DB]


"개미(개인투자자)가 사면 상투"라는 것도 옛말이 됐다. 잇단 금융위기로 학습효과를 얻은 개미는 증권가 전문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스스로 학습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을 무대로 투자영토를 넓히고 있다. 개미는 공매도 금지와 같은 투자정책에도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주가 내리면 저가매수 '스마트 개미'
개미는 요즘 상투에 따라 사기보다는 도리어 하락장에 산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7일 기준 53조8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5거래일 만에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투자자가 증권사 거래계좌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는 돈을 말한다. 8월 중순 들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코스피는 약세로 돌아섰지만 투자금은 줄지 않고 도리어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이 새 역사를 쓰기 시작한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는 2407.49에서 2326.17로 3.4% 하락했다.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증시가 폭락했고, 개인은 당시 주식을 사들였다가 반등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학습효과를 얻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귀동냥으로 테마주나 단타매매하던 개인투자자가 아니다"라며 "대형 유망주를 매집하는 중요한 투자주체로 바뀌었다"고 했다.

주가지수가 다시 한 번 폭락하더라도 개인 매수세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경수 연구원은 "저금리로 유동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고객예탁금은 100조원 이상까지도 불어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공매도 금지 연장 이뤄낸 '일등공신' 역할도

사실상 유일한 투자주체로 나선 개미가 주식시장 정책을 두고 내는 목소리도 커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려온 공매도 정책도 그렇다. 금융위원회는 얼마 전 임시위원회를 열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반발이 워낙 강했던 터라 정부가 여론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특정종목 약세를 부추긴다고 보았던 것이다.

개미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올해 3월부터 8월 21일까지 37조1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조4000억원과 12조9000억원을 팔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매도 금지를 길게는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공매도 금지 또는 개편을 골자로 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금융위는 추가적인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허점을 보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액은 2019년 103조493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만 62.8%를, 기관은 36.1%를 차지했다. 개인은 1.1%에 불과했다.

◆서점가 풍경도 바꾼 '열공 개미'

공부하는 '스마트 개미'는 서점가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 집계를 보면 상반기 주식·증권 분야 도서 판매량은 1년 만에 155% 넘게 증가했다. 예스24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출판 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동학개미운동'을 제시하기도 했다.

투자 재테크 분야 도서 판매량도 같은 기간 76.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 견인은 '선물 주는 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와 같은 주식투자 입문서가 이끌었다. 상반기 최다 판매 도서 역시 부와 행운에 대한 수만 건의 사례 분석과 성찰을 담은 책 '더 해빙'이 차지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서점 베스트셀러는 문학 작품이 주를 이뤘었다. 2019년 베스트셀러는 소설가 김영하의 여행 에세이 '여행의 이유'가, 2018년은 곰돌이 푸가 전하는 힐링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선정됐다. 재테크 도서도 주식보다는 부동산이 대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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