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우리가 죽기를 바란다"며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미·중 갈등을 상징하는 기업이 된 화웨이는 올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로 3분기 이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런 회장은 지난달 29~31일 산학 교류와 인재 영입을 위해 상하이와 난징의 주요 대학을 찾은 바 있다. 상하이교통대에는 29일 오후 방문했다.
런 회장은 "우리 회사도 5G 등대에 불을 붙이고 싶었지만 막 성냥을 켜자마자 미국이 큰 몽둥이로 때려 우리를 기절시켰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반성했지만 두 대, 세 대, 네 대 얻어맞다 보니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우리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살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를 분발시키고 자구책을 찾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건 조심스러워했다. 런 회장은 "어찌 됐든 간에 우리는 미국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충동이 미국 기업과 학교, 사회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강해지려는 중"이라며 "진정으로 강해지려면 적을 포함한 모두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심해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뒤 대미 투자를 러시아로 옮겼다"며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러시아 과학자들의 임금도 올렸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미국에 못 미친다고 자인하며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산업혁명 때를 100으로 보면 현재의 미국은 150, 중국은 70 정도"라며 "중국이 부족한 30%는 독창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창적이지 못하면 중간 소득의 함정에 빠져 부동산과 자동차 등이 포화 상태에 달하게 된다"며 "포화 상태 이후에는 발전이 멈춰 모든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화웨이는 올 상반기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 28일 발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은 4507억 위안(약 77조68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6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31억 위안(약 7조4287억원)으로 23.49% 급증했다.
스마트폰 판매 등 소비자업무 부문이 전체 매출의 56%를 담당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푸인궈지(浦銀國際)의 선다이(沈岱)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했지만 3분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도 생산·판매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17일 화웨이의 38개 자회사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중이다. 미디어텍 등을 통한 반도체 우회 구매도 막아 반도체 재고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