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최근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미국의 추가제재 발효가 오는 15일로 임박한 가운데, 런 회장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7일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런정페이 회장이 화웨이 전 직원에게 발송된 메일이 뒤늦게 공개됐다. 해당 메일은 같은 날 화웨이의 전략 예비팀 학생과 신입사원 세미나에서 런 회장이 연설한 연설문인데, 올 들어 런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연설한 것이 처음이라 더 주목됐다.
런 회장은 이 연설에서 화웨이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시기에 놓여있고 특히 어려운 시기에 있다”며 “그러나 우수한 인재가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웨이의 새 직원은 모두 용감하게 회사에 합류해 난관을 극복할 것”이며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다만 미국을 향한 화웨이의 태도는 일관될 것이라고 특히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더라도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배움을 얻는 태도를 바꿔선 안 된다”며 ‘승리를 믿고, 물러나지 않는 것이 바로 승리의 길’이라는 마틴 뎀프시 미국 전 합참의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런 미국을 향한 배움의 정신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언젠간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비난보단 미국 발전에 대한 인정을 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 대비책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일 국제 서비스무역교역회 무대에서 화웨이는 자체 훙멍(鸿蒙) 운영 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 폰을 내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처음으로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웨이 측은 이날 “오는 10일 화웨이의 개발자 대회에서 새로운 버전의 훙멍 OS를 공개할 것”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전 화웨이가 훙멍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미국 행정부는 오는 15일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에 들어간다. 제재안에 따르면, 제3국 반도체 기업이라도 미국의 원천기술·장비를 이용할 경우, 화웨이에 칩셋 거래를 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는 최근 대만 TSMC와 거래가 끊겨 대만 기업 미디어텍이 개발한 중급 칩셋 '디멘시티'를 납품받으려 했지만, 이 마저도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미국 행정부는 중국 본토 파운드리 업체 SMIC도 제재 리스트에 포함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현재 14나노미터 미세 공정이 가능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TSMC나 삼성전자 대비 기술력이 낮지만,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칩셋·모뎀칩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의 수를 원천 차단하려는 미국의 복안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