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도심 집회 등 기존에 발생한 집단감염 확진자가 연일 규모를 불리고 있는 데다 사망자까지 하나둘 늘고 있어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9일 낮 12시 기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접촉자를 조사하던 중 40명이 추가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는 101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이 교회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7일 만에 1000명대를 넘어선 것이다.
교회에서 제출한 교인 및 방문자 명단에 포함되거나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사람이 58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이외에는 추가 전파자가 341명이며, 조사 중인 사례는 91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등에서 열린 도심 집회와 관련해선 확진자가 13명 추가됐다. 전국 13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현재까지 수도권 186명, 비수도권 121명 등 총 307명이 확진됐다. 2차 추가 전파가 발생한 장소 6곳 모두 종교시설이고 2차 이상의 확진자는 총 62명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49.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18.8%), 40대(13.2%) 순이었다.
◇직장, 아파트, 교회, 요양원 등 일상 곳곳 확진
기존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 증가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의 업체인 무한구(九)룹 관련 사례에선 확진자가 6명이 추가돼 누적 72명이 됐다. 이 업체와 관련해 전남에서만 55명의 환자가 나왔다. 구로구 아파트와 관련해선 지난 23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확진자의 직장인 금천구 축산업체 ‘비비팜’ 등에서도 집단감염이 확인된 가운데 이날 낮까지 총 34명이 감염됐다. 노원구 빛가온교회와 관련해서도 3명 더 늘어 누적 확진자는 20명이 됐다.
경기 남양주시 참사랑요양원과 관련해선 지난 27일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17명 더 늘어 누적 18명이 감염됐다. 요양원 종사자가 5명, 이용자가 13명이다.
◇감염 취약한 60대 이상 확진자 비율 높아 우려
방대본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확인되지 않는 ‘깜깜이’ 확진자 추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이날 0시까지 방대본에 신고된 확진자 4361명 가운데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848명으로, 19.4%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20.2%까지 치솟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날까지 집계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321명이다. 평균 치명률은 1.65%에 불과했지만 80세 이상 21.1%, 70대 6.7%, 60대 1.5% 등 고령층일수록 치명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실제 최근 2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16명이 숨진 가운데 80대 이상의 초고령층이 절반에 달하는 7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90대 3명, 80대 7명, 70대 5명, 60대 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날 0시 기준 사망자는 전날 대비 5명이 추가돼 누적 321명으로 늘었다. 하루 사이 사망자가 5명 발생한 것은 지난 4월14일 이후 처음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망자 증가와 관련해 “이번 수도권의 유행은 위험군이 많고 규모도 크다”며 “사망 시점과 확진 시점 자체의 틈이 없거나 또는 역전이 되는 경우도 확인되는 위험한 상황으로, 역학조사 역량이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확진 시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어르신과 기저질환자의 경우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외출을 하더라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면 신속하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료 및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수도권 감염병병상 가동률 76%…“상황 엄중”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치료할 수도권 감염병전담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약 76%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환자 병상의 경우 즉시 사용 가능한 자리는 15개에 불과하다.
지난 28일 기준 수도권 내 감염병 전담병원의 치료병상은 1778개다. 이중 1352개(76.0%)가 사용 중이며 426개(24.0%)가 비었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141개, 234개로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경기는 51개로 위태하다.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333개의 병상 중 30개만 남았다. 서울에선 26개, 인천·경기에선 각각 2개만 비었다. 심지어 그중 인력·장비 등 의료자원이 부족해 당장 쓸 수 있는 병상은 15개에 불과하다.
다만 생활치료센터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지원과 의료기기 확보에도 크나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생활치료센터는) 가동률이 60%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계속 확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여유가 있다”면서 “중수본 차원에서 수도권 지역에 의료인력 127명을, 수도권 외 지역에는 76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호흡기 같은 장비도 비교적 충분하고 개인보호구 같은 물자도 부족하지 않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 수위를 2.5단계 수준으로 올리는 것과 관련해 “확산세를 잠재울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강조했다.
윤 반장은 “이번 조처가 국민 여러분의 일상과 생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수도권 상황은 집중적이고 강력한 거리두기 조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매우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 주민들은 앞으로 8일간은 강화된 수도권의 거리두기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며 “자신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안전한 집에만 머물러 주시고 외출과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