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급증에도…K쇼핑·SK스토아 '표정 관리' 까닭은

2020-08-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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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수수료 1조 시대…'황금 채널' 경쟁

IPTV, 자회사 앞세워 인상 주도 의혹

KTH·SK스토아, 모회사 이익만 챙겨

[사진=각 사 제공]

코로나19 수혜로 꼽히는 홈쇼핑업계는 정작 웃지 못하고 있다. 매년 급증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때문이다.

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급증의 원인으로 IPTV사업자를 지목한다. 이들이 자회사 KTH(채널명 K쇼핑)와 SK스토아(채널명 SK스토아)를 앞세워 송출수수료를 높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TH와 SK스토아의 경우 겉으로는 송출수수료 급증에 반대하며 표정 관리를 하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업계는 상품 판매를 라이브로 진행하는 TV홈쇼핑과 녹화방송인 T커머스(데이터방송 홈쇼핑)로 나뉜다. 판매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모두 '황금채널'을 잡기 위한 일종의 자릿세인 송출수수료를 IPTV, 위성, 케이블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야 한다. 매출과 직결되는 황금채널을 잡기 위해선 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데, 경쟁이 심화하면 송출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결국은 실적 제고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IPTV가 득세한 이후부터 송출수수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TV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1조5497억원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8.2%나 늘었다. 이 가운데 IPTV가 받는 송출수수료는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IPTV 3개사가 송출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은 85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같이 선수로 뛰며 송출 수수료 경쟁을 하는 KTH와 SK스토아가 자릿세를 받는 IPTV 사업자 KT와 SK브로드밴드와 한 몸이라는 점이다. 두 IPTV사업자는 2014년 홈쇼핑 시장에 발을 디뎠다.

업계 관계자는 "IPTV사업자들은 올레KT, SK BTV, LG U+ 등 서로 간의 경쟁이 치열해 IPTV 가입비는 오히려 할인 프로모션을 하며 줄이고 송출수수료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몸인 KTH와 SK스토아의 채널을 치고 빠지기식으로 변경해 전반적인 수수료 단가를 높이고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면서 "KTH와 SK스토아도 죽는 소리를 하지만 결국에 그들이 내는 자릿세가 모회사로 가면 전체 수익은 상승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홈쇼핑업체가 대놓고 IPTV사업자에 불만을 제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잘못 보였다간 암묵적으로 불리함을 주는 형태로 '본보기'를 내세우기 때문에 업체들은 눈치를 보고 따를 수밖에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실제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송출수수료 갈등을 빚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으로 송출수수료는 낮췄지만 황금채널인 10번은 경쟁사에 넘겨주고 28번으로 밀려났다.

2018년에는 롯데홈쇼핑이 KT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은 송출 수수료를 요구하자 올레TV의 6번 채널에서 30번 채널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4번에 있던 CJ오쇼핑은 6번으로 이동하면서 SK스토아가 올레TV의 4번을 꿰찼다. 롯데홈쇼핑은 채널을 옮긴 후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지난 6월 다시 4번 채널로 돌아왔다. 업계에선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모두 높은 수준의 송출수수료 인상에 합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T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황금 채널에 들어가고 싶은 방송사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입찰가를 내고 들어가는 자유 경쟁 시스템"이라면서 "만약 IPTV사업자의 자회사가 혜택을 받는 입장이라면 왜 후반 채널로 밀려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룹사이지만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올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방송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한 송출 수수료 문제는 국정감사 단골손님"이라면서 "홈쇼핑 업자들의 판매 수수료를 바로잡기 위해선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조건이므로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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