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파업이 21일 오전 7시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시내 주요 대형병원들은 경증 수술과 시술을 연기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의료 현장을 떠난다.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관계없이 이날부터 모두 업무에서 손을 뗀다.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다.
전공의 수가 500여 명정도 되는 서울아산병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등의 예약을 줄이면서 병원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고 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일평균 외래 환자 수가 1만2000명 정도 되는데 (앞으로) 10% 정도 줄여서 받을 예정이며 급하지 않은 입원과 수술도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별진료소 운영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데 병원마다 인력 운영 계획이 다르다. (우리 병원의 경우) 선별진료소를 내과 교수가 주로 담당하며, 또 외래나 응급실 방문자 중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보건소처럼 (선별진료소) 운영에 크게 부담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도 선별진료소를 정상 운영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선별진료소에선 주로 예진과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전공의 공백이 있어도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으며, 세브란스는 “전임의 이상이 투입돼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세브란스는 외래 진료를 정상 운영하며 과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응급수술 등 필수 분야 소속 전공의는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대전협에서 처음 파업 한다고 발표한 이후 금요일마다 (파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금요일엔 외래 예약을 줄였다”면서 “파업이 계속 이어지는데 언제 끝날지 예측되지 않아 우선 위급한 수술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며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 분야의 파업 참여는 병원마다 달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 진료와 대응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마취과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수술 건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취과 전공의는 수술 중 마취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는 등의 역할을 한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환자들에게 동의를 구해 응급수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마취과 전공의 부재에 따라 30여 개 수술방 운영을 일부 감축하면 수술 역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병원의 대책이란 게 환자 수를 줄이거나 교수들이 현장에서 장시간 일하는 것”이라며 “교수들의 피로가 누적될 경우 이 방법도 한계가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사실상 의료공백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전협에 따르면 전국 전공의들은 이날 업무를 중단하면서 동시에 병원별로 릴레이 피켓 시위나 침묵시위를 진행한다. 서울에선 건국대병원의 전공의들이 건대입구역 2호선 사거리 및 지하철 7호선 입구에서 ‘공공의료 의사증원? 중요한건 여건이다’ 등이 쓰여진 피켓을 들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30분씩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다.
이날 시위에 나선 한 전공의는 “이달 7일과 14일에 진행한 두 번의 집단행동을 통해 전공의가 없어도 병원이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만약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의료 현장에 돌아가 환자를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