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과거 전례를 들어 '문제없다'는 주장과 검찰 주장에 동조하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대검 반부패·강력부·공안부 담당 차장검사급 직위 4개를 없애는 안과 공판검사 인력을 늘리는 방안 등을 담은 '검찰청의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공개했다. 이 방안은 이달 하순쯤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는 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입법예고 꼭 해야 할까?
행정절차법 제41조는 "법령 등을 제정·개정 또는 폐지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입법안을 마련한 행정청은 이를 예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 예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이에 따르면 검찰청 직제개편은 국민의 권리·의무나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공무원의 편제와 정원, 직무 등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국민의 일상생활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검찰청 직제개편 관련 법령이 입법예고를 거친 것은 1차례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전자관보 등에 따르면 검찰청의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은 작년 이래 총 8회(작년 5회, 올해 현재까지 3회) 있었고 그 중 입법예고된 것은 지난해 7월 한 차례뿐이었다.
지난해 7월 16일자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개정 입법예고안은 '공안'의 개념을 대공 테러 등 고유영역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 검찰 '공안부' 명칭을 '공공수사부'로 변경하고 공공수사부 업무에서 '공안·노동 정세 조사'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한 차례 입법예고가 된 것은 공안과 연결된 정부부처가 많기 때문에 직제 개편에 대해 입법예고를 했다는 것이 정부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검찰 직제개편안이 이번 경우처럼 바깥으로 알려지고 반발운운하는 이야기가 새어 나온 것이 처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제개편 이후 인사…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법무부는 다음주 단행될 차장·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두 차례 대검에 직제개편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공식적으로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대검찰청은 직제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일부에서는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한다는 취지의 직제개편안에 "철학적 고민도 없다"는 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선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19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검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들은 직제개편안에 큰 반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선 1월 인사에서도 대부분의 특수통들이 인사조치되면서 언론 보도는 쏟아졌지만 오히려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좋았다"며 "검란(檢亂)의 조짐이나 연판장이 돌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환섭 광주지검장은 취임사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등으로 수사와 공판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신속하게 검찰 구조를 공판 준비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에 발을 맞추어 가기 시작했다는 것.
그럼에도 일부검사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직속 대검 차장검사급 직위를 줄이고, 직급이 격하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재차 윤석열 총장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법조계에서는 직제개편안이 후속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수통' 검사들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법무부는 일단 확정된 안이 아닌 가안을 대검에 보내 의견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직제개편안에 대해 '수용 불가' 의견을 회신받은 법무부는 직제개편안을 일부 수정해 '18일까지 다시 의견을 달라'며 2차 의견조회 공문을 대검에 보냈다.
이에 따라 이뤄진 게 이날 대검의 2차 회신인데, 대검은 이번에도 '수용 불가'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전해졌다.
2015년 '공안부' 대폭 확대에는 '철학'이 있었나?
2015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대적인 검사 인사가 단행됐다. 전체 검사 2032명의 절반이 넘는 1099명의 검사가 자리를 옮겨야 했다.'대검 중수부'를 폐지한 이후 박근혜 정부는 직제 개편을 통해 '공안부'를 대폭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대공 전담검사제를 신설하는 등 공안 검사들의 장기 집권 체제가 마련됐다.
당시 공안부 대폭 확대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이 터지면서 정통성 논란에 휩싸였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주력한 게 ‘종북 세력 척결’이라는 공안 카드였다.
이를 통해 황교안 법무부장관으로 대표되는 공안통들이 요직을 싹쓸이했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람들도 전진 배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철학 없는' 직제 개편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는 크게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신설될 때도 '철학'이나 비전을 가지고 한 것이었던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는 견해도 있다. "언제는 철학이 있었더냐"며 내놓고 비꼬는 법조계 인사도 있다.
한편 법무부는 새로운 직제개편안이 확정되면 새 직제에 따라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직제개편안은 오는 20일 차관회의를 거친 뒤, 25일 국무회의에 상정·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