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언급, “장마와 태풍까지 더해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이러한 때에 IMF 국가위기를 극복하신 대통령님의 생애와 신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은 철저하게 ‘믿음의 삶’을 사셨는데 ‘국민’을 믿으셨고 ‘화합’을 믿으셨고 ‘평화’를 믿으셨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해마다 오늘이 오면 슬프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슬픔이 더 깊다”면서 지난해 이희호 여사의 소천을 언급, “여사님은 한평생 대통령님의 신념을 믿고 지지해주신 동반자이셨다”면서 “대통령님을 생각할 때면 ‘눈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33년 전 민주 영령들께서 잠들어 계신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흘리신 눈물을 기억한다”면서 “1987년 9월 사면복권이 된 대통령님은 가장 먼저 5·18 민주묘역을 찾으셨는데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무려 7년 만이었다”고 회상했다.
정 총리는 “대통령님은 피눈물을 자아내고 가슴을 떨리게 한 그 이름 ‘광주! 무등산! 망월동!’을 외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다”면서 “조국에 대한 나의 뜨거운 열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나의 한없는 믿음을 담아, 민중의 서러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고 동트는 민주와 민중의 새벽을 앞장서 열어가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셨다”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 간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내셨고 오랜 세월 온갖 탄압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화해와 용서의 삶을 사셨다”면서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걸으셨고 한국전쟁 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셨고 남녀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의 틀도 세우셨다”면서 “대통령님께서 꽃피운 인동초의 향기는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0년 12월 대통령님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으셨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길을 걸어온 대통령님에 대한 세계인의 보답이었고 그러한 분이 우리의 대통령이셨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정 총리는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상용화, 신산업을 키우셨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해 국민의 생활 안정에도 힘쓰셨다”면서 “대통령님은 ‘화합’의 힘을 믿으셨고 죽음을 강요했던 군사 독재정권을 품어 안으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은 ‘평화’의 힘을 믿으셨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북평화의 길을 힘차게 여셨다”고 했다.
정 총리는 “오늘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믿고 화합을 믿고 평화를 믿으셨던 대통령님의 신념과 생애를 되돌아보며 각오를 다진다”면서 “고난을 딛고 시련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다짐했다. 또 “국민통합과 화합, 경제회복과 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며 지금의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고,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저 정세균, 정치인으로서 삶의 출발점은 바로 대통령님”이라며 “대통령님께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으니 지켜봐주시고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