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태양광 시설이 늘어나면 산사태가 증가한다?…"통계적 근거 없다"

2020-08-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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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기간 산사태 피해 태양광 시설 12건…태양광 시설 中 0.1%

태양광·산사태, '무관하다' 단정 지을 순 없어…통계적 근거는 無

50일 넘게 이어진 장마로 인해 경북 고령·경남 산청 등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된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보수 야당 측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를 유발했다고 주장하자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실제 통계상 태양광 시설과 산사태 간에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을까. 

 

사상 처음으로 장마가 50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진흙으로 덮인 서울 강동구 한강공원 옆으로 황톳빛 한강 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 올해 장마 기간 태양광 시설 산사태 발생 규모는?

13일 박종호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올여름 장마 기간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1548건이다. 면적은 627ha(헥타르), 피해액은 993억39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장마 기간 태양광 시설의 피해는 모두 12건으로 집계됐고 면적은 1.2ha에 이른다. 전국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1만2721건의 0.1%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이번 장마로 인한 전체 산사태 발생 건수인 1548건의 0.8% 수준이다.

태양광 시설 피해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피해지 12곳은 현재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토사 정리와 방수포 처리 등 응급조치를 완료한 상태다. 장마가 끝나면 즉시 복구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박 산림청장은 "이런 통계 수치로 볼 때 올해 산사태는 산지 태양광 시설과는 깊은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 태양광 시설이 늘어나면 산사태가 증가한다?

태양광 시설이 늘어나면서 산사태가 증가했다고 결론을 내릴 만한 통계적 근거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과 전체 산사태 면적'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연간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은 2011년 21ha에서 2015년 1063ha로 증가했다. 지난 2018년에는 2443ha까지 늘어나면서 7년 동안 100배 늘어났다. 반면, 2019년에는 1024ha로 오히려 줄었고, 올해는 112ha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산사태 발생 면적은 2011년 824ha였으나 2013년 312ha, 2014년 70ha로 급격히 감소했고 2015년에는 산사태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6년에는 54ha, 2017년에는 94ha, 2018년에는 56ha, 2019년에는 155ha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만 놓고 비교해 볼 때, 태양광 설비 허가 면적은 최대 100배 가까이 꾸준히 증가한 반면, 산사태 발생 면적은 매해 다르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10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충남 천안시 목천읍 소재 드림천안에너지를 방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 태양광 시설과 산사태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나?

태양광 시설과 산사태는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무를 제거한 뒤 넓은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설비 특성상 일반 산지에 비해 산사태 위험이 큰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설치된 태양광 시설 중 배수로 설치가 미비한 곳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18년 문 정부가 태양광 설비 설치와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기 이전에 배수로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된 태양광 시설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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