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 시간을 포함해 9시간 넘게, 거리로는 약 767㎞를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다. 문 대통령이 하루 안에 영·호남과 충청 지역을 모두 방문한 것을 취임 이후 처음이다. 선거운동도 아니고 대통령이 ‘당일치기’로 직접 전국을 누비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수해 피해가 전국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피해복구 현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수행인원도 최소화했다. 수석 이상 고위 참모진은 모두 배제하고 경호·의전·부속 및 대변인, 국정상황실장 등 5명의 비서관만 동행했다. 현장인원을 최소화를 위해 각 지역 도지사 역시 배석을 하지 않았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봉사활동 인증샷’ 논란 등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됐다.
피해 지역 방문 선정도 가수 조영남의 노래 제목으로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알려진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4대강 실효성 논란의 ‘진앙지’로 떠오른 전남 구례를 선택하는 등 정치적 영향을 고려한 동선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수해 현장으로 이동하는 KTX 열차 내 회의실에서 집중 호우 피해 상황과 복구 지원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피해지역에 대한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위해 “시·군 단위로 여건이 안 되면 읍·면·동 단위 등 세부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을 향해선 “인명피해를 막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의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 “화개장터는 영호남의 상징으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곳인데 피해가 나서 안타깝다”며 주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화개장터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재해복구 통합상황실 천막 아래서 지역 주민들과 ‘약식 간담회’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얼마나 빠르게 지원이 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실감했다”며 속도감 있는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육군 39사단 장병들이 수해복구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제가 39사단 출신”이라고 말을 건네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문 대통령은 전남 구례의 구례읍 5일 시장을 방문, “복구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대통령 현장 방문이) 부담을 주거나 누가 되지 않을까 늘 망설여지는 면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피해 복구에)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여기에 왔다”고 몸을 낮췄다.
구례 양정마을에서 암소가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한 소식에 대해서는 “큰 희망의 상징”이라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 암소는 지붕 위에 올라가 이틀간 버틴 끝에 구출돼 화제가 됐다.
마지막으로 문 통령은 천안 병천천 제방 붕괴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위하면서도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4차 추경 편성 가능성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추경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가진 재정이 부족할까 염려해 제대로 지원을 충분히 하자는 취지”라면서 “그러나 추경으로 가면 절차가 필요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충분히 비축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여사는 이날 오전 수해 피해를 입은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를 찾아 복구 작업을 도왔다. 김 여사는 현장에서 가재도구 세척 작업 및 배식 봉사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관 부대변인 등 최소 인원만 수행했고, 일정 자체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여사는 2017년 7월 홍수 당시에도 충북 청주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미래통합당에 비해 현장 방문이 늦는 바람에 이른바 ‘뒷북 호남행’ 지적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도 오는 12일 이길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