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위협하는 3가지 'T리스크'

2020-08-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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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트레이드(무역), 터키.

블룸버그가 이번 주 신흥시장 불안을 키울 위험요소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세 가지 변수에 따라 위험자산인 신흥국 자산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흥국 경제는 원자재 수출, 해외 송금, 관광업 의존도가 커서 외부 변수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주 신흥국들의 내재 환율 변동성은 3월 폭락장 이후 주간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뛰는 등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일방적 행정조치...부양 합의 더 지연되나

트레이더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현지시간) 행정조치다. 지난주 민주당과 추가 부양책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당 400달러 수준의 실업수당 지급 △연말까지 일부 급여세 징수 유예 △학자금 융자 상황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등 4건의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기껏해야 일시적인 지원에 그칠 뿐이며 현재 진행 중인 부양책 협상에 찬물을 뿌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지율 추락으로 조바심이 난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일방적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즉각 예산과 관련한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조치는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부양책 교착상태가 장기화할수록 미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연준 정책위원들이 나서서 신속한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일 CBS뉴스 인터뷰에서 "의회의 합의가 실패한 건 불행한 일"이라면서 "추가 부양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정책은 지금 같은 경기 위축 시기에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추가 부양책이 정말이지 무척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미중 갈등 악화일로...무역합의로 옮겨붙을까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흔들 수 있는 변수다. 특히 오는 15일에는 양국이 1월에 체결한 1차 무역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고위급 대화를 열 예정이라 갈등의 불똥이 무역합의로 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행정명령을 통해 45일 뒤 중국 대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틱톡와 위챗의 미국 퇴출을 예고하는 등 양국 갈등 전선은 본격적으로 경제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은 여전히 와일드카드 리스크로 그 범위와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외교 갈등이 경제와 무역으로 점점 옮겨붙으면 전체 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 리라 가치 역대 최저로...신흥국 연쇄 위기?

최근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며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점은 신흥국 도미노 위기 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지난 한 주에만 리라는 달러를 상대로 4.2% 추락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신흥국에겐 악재로 간주된다.

골드만삭스 자크 팬들 전략가는 투자노트에서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도미노 위기를 우려하는 가운데 리라의 불안한 움직임은 신흥국 고금리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브라질 헤알, 러시아 루블, 멕시코 페소를 위기 전염에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았다. 무디스는 지난 3월 남아공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로 강등하며 정크 단계로 내린 바 있다.

◆달러 약세에도 신흥국 못 웃는 이유?

달러는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에는 신흥국들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로이터는 최근 지적했다.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7월에 10년 만의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수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보통 달러 하락은 외국인 투자를 신흥국 자산으로 이끌어 현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곤 한다.

그러나 로이터는 최근 투자금이 중국이나 동아시아 등 경제 회복세가 비교적 강한 중국이나 동아시아로의 쏠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또 7월 달러지수가 4.6% 떨어지는 동안 유로화가 5%, 영국 파운드가 6%, 호주달러가 3.6% 각각 뛴 반면 신흥국 통화는 1.4% 오르는 데 그쳤다고 로이터는 계산했다.

씨티은행의 루이스 코스타 신흥시장 전략가는 최근 환경이 신흥국 자산 같은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신흥국 경제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속에서 신흥국은 선진국과 달리 충분한 부양책을 가동할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복이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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