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치권에 따르면, 2003년 4월 29일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캐주얼한 백바지(흰색 바지)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했다.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서다. 유 이사장이 단상에 오르자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유 이사장의 옷차림을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의 의미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모양이 좋지 않다.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유 이사장은 다음날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선서를 마쳐야 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일하는 곳에서는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다. 섭섭하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17년이 흐른 지금 류 의원의 ‘빨간 원피스 등원’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유 이사장에 대한 비판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 “퇴장시켜야 한다” 정도였다면,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은 “노래방 도우미 불렀냐” “티켓다방 같다” 등 사실상 성희롱에 해당하는 표현이 난무했다.
불과 24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의원은 바지를 입지 않았다. 관행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문화를 바꾼 것은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6년 국회에 처음 등원하던 당시 바지 정장을 입었다. 엄청나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그렇게 여성 의원들의 바지 정장이 국회에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류 의원은 본인의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회 권위는 양복이 아닌 시민들을 위해 일할 때 비로소 세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관행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저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복장으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라는 측면에서 ‘일할 수 있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된다”며 “양복을 입고 일하는 직장은 전체 일하는 시민들 중 굉장히 일부다. 화이트 컬러 중에서도 일부만 양복을 입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