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위한 ‘순수한 소리‘...한무권 작가의 ‘트럼펫‘

2020-08-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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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트럼펫’, 9월 6일까지 종로구 초이앤라거 갤러리

한 작가 “2020년은 숨 못 쉬는 세상“...플로이드 애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개인전 ‘트럼펫‘을 연 한무권 작가. [사진=전성민 기자 ]


‘뿌우~~~~~~~~~~~~~~~’

한무권 작가가 페달을 밟자 설치 작품 ‘트럼펫’이 있는 힘껏 소리를 뿜어냈다. 폐활량이 좋은 연주가의 트럼펫 소리보다 빈약해 잠시 실망했지만 작가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꿨다. 그것은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깨끗하고 순수한 소리였다. 마음이 움직였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 개막한 한 작가의 개인전 ‘트럼펫’이 오는 9월 6일까지 열린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 작가는 비디오·평면·조각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업을 한다.

2층에 전시된 신작 ‘트럼펫’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산소 발생기와 공기 청정기를 통해 순수한 공기를 만든 후 트럼펫과 리코더에 연결해 소리를 내는 설치 작품이다.
 
한 작가는 “깨끗하고 순수한 공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소리도 깨끗하고 순수하다”고 설명했다.

철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작품이었다. 한 작가는 “코로나19와 지난 5월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트럼펫’의 연주에는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가 담겨 있다.

이어 그는 “2020년은 숨을 못 쉬는 세상이다. ‘여기 와서 숨 한 번 쉬고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코로나19를 떠올리게 하는 사물들이 함께 한다. 악기 옆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모양과 비슷한 왕관 모형과 예전에 올림픽에서 우승자에게 수여했던 왕관을 만들었던 월계수 나무가 함께 놓여 있다.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순수는 순수하지 않은 것을 확연히 드러나게 한다. ‘트럼펫’의 순수한 소리에서 인간성 상실과 자연 파괴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가 느껴졌다.  

작품의 중심이 된 순수라는 개념은 발전소 답사에서 얻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한 작가는 한 시간 거리의 원자력 발전소와 방폐장을 견학했다.

그는 “발전소에서 이온과 찌꺼기가 없는 정제수와 공기를 직접 만들더라. 오염 돼 파이프가 막히면 발전소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며 “순수라는 것은 말로만 가능한 이상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한 작가는 ‘순수한 작업’을 시작했다. 순수한 물을 얼린 얼음으로 만든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드럼을 연주하는 ‘드럼’이 대표적이다. 그는 “순수가 두드리는 소리는 순수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물, 공기와 같이 당연시 여겨졌던 자연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한 작가는 “전기를 아끼고 음식물 같은 쓰레기를 줄이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한사람 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한 작가의 ‘순수한 연주’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드럼은 ‘둥둥둥’, 트럼펫은 ‘삐빅삐빅삐빅’ 소리를 낸다. ‘챙챙’이 필요하다.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황가루를 모아 심벌즈를 만들려 한다. 합주를 하면 행진하는 악대 같을 것 같다”(웃음)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는 한무권 작가 [사진= 초이앤라거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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