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손님처럼 대접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일이 상상하는 일이고, 그 문제를 붙잡고 나누었던 상상을 구체적으로 시도하는 것을 우리는 창의성이라고 합니다. 자기가 주인으로 등장하는 것이죠.”
2013년 쓴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적었다.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최 교수의 생각을 확실하게 실천한 이가 있다. 바로 ‘돈키호테’다.
최 교수는 ‘철학자 최진석과 책 읽고 건너가기-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 책으로 최 교수는 스페인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선정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별마당 도서관의 북콘서트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뒤에 서서 1시간 30분의 강의를 듣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어찌보면 무모해 보이는 ‘돈키호테’ 같은 시민들은 최 교수와의 함께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매월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정한 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책을 한 달간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남다른 의미가 있는 첫 번째 책으로 ‘돈키호테’를 정한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돈키호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며 “우리 사회는 더욱 나아져야 한다. 인간은 멈추지 않고 건너가는 존재다. 돈키호테는 모험을 통해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자다”고 설명했다.
모험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이성적으로 이리저리 생각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것이다. 최 교수는 “‘돈키호테’에는 어머니의 젖을 빨았을 때의 영혼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소개했다.
돈키호테는 모험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위의 시선, 자기 습관을 이겨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냥을 끊고 전 재산을 팔아 책을 샀다. 최 교수는 “돈키호테는 굉장히 지적인 모험가”라며 “자기가 자기를 섬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간’을 세밀히 전하는 최고의 소설로 격찬 받는 ‘돈키호테’는 지난 2002년 노벨연구소가 세계 최고의 작가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혔다.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품이다.
세르반테스는 1605년 돈키호테 1권을 쓴 후 70세를 바라보는 1625년에 2권을 집필했다. 생을 마감하기 1년 전에 완성한 작품이다.
돈키호테와 산초가 합쳐진 인물이 세르반테스라고 밝힌 최 교수는 “그는 고난을 겪은 사람이자 호기심을 한순간도 놓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가 자기를 섬기는 사람인 동시에 두터운 지식을 가진 작가다”고 되돌아봤다.
세르반테스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무늬를 설명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갖고 있는 최 교수의 가슴 속에 가장 깊이 남은 한 문장은 산초의 말이었다. “우선 쭈그러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최 교수는 “내 눈으로 나를 보지 않아 심장이 쭈그러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췄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며 “이는 낭만적인 명제가 아니라 아주 근본적인 중요한 명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