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회복지재단, 별도 재단 설립목적 재산 처분 불가"

2020-08-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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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재단이 다른 재단을 신설하기 위해 기본재산을 사용하는 것은 허가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A 복지재단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기본재산처분허가신청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2년 기업 회장 고(故) 강모씨는 불우이웃을 도울 목적으로 재산을 기부해 한 지상파 방송사와 함께 A 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던 중 A 재단은 별도의 노인복지재단을 신설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5월 임시이사회에서 예산 중 70억원을 새롭게 설립할 노인복지재단에 증여하기로 의결한 뒤 서울시에 사회복지재단 기본재산 처분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아직 설립되지 않은 법인에 기본재산을 증여하려는 A 재단의 처분은 증여의 대상자가 없으며 ▲이 처분은 사실상 법인을 분할하겠다는 뜻으로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의 분할에 관한 규정이 없고 ▲기본재산 처분 시 법인의 기본재산 및 이자수입이 감소해 A 재단의 목적사업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이에 A 재단 측은 기본재산 처분이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적법하게 의결된 만큼 절차상 하자가 없고, 70억원을 증여하더라도 273억원 이상의 재산이 남아 사업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강 회장이 재산을 기부할 당시 '양로원을 설립하고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 했다며 노인복지재단에 대한 자금 지원이 당연한 의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회복지법인이 장차 설립할 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을 사전에 허가했다가 법인설립이 불허되거나 추후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 자칫 기본재산의 무단유출로 이어져 사회복지법인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신청 당시 A 재단은 향후 신설된 법인의 개요 등 설립 계획을 밝혔을 뿐, 증여의 상대방이 법적으로 명확히 특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재단이 정관을 변경해 직접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음에도 별도 법인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분할 법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인복지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강 회장의 생전 의사에 부합한다는 재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대로 망인이 양로원 등 노인복지시설 설비를 위해 재산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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