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의 이유가 독일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돈을 내면 주독미군 감축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과 방위비를 노골적으로 연계시킴에 따라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도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독미군 감축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미군은 유럽, 독일을 보호하기 위해 그곳에 있다"며 "독일은 그에 대해 지불하도록 돼 있지만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주독미군을 1만2000명 감축하고 유럽 본부를 독일에서 벨기에로 옮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했다는 첫 보도가 나온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이다. 현재 약 3만6000명 가운데 3분의 1을 감축하는 것으로 애초 예상됐던 9500명보다 더 큰 규모다. 약 6400명은 본국에 귀환시키고 약 5600명은 폴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발트해 북동부, 흑해 남동부 주변국 등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돈을 내지 않는다면 왜 그들을 남겨놓아야 하느냐"며 "우리는 더는 호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무역과 군 문제에 있어 25년간 이용을 당해왔다"며 "우리는 독일을 보호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그들의 청구서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며 "그것은 매우 단순하다. 그들은 돈을 미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납'(delinquent)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방위비 증액 상황을 거듭 설명하며 "지금까지 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곳이 독일이다. 우리는 독일에 많은 돈을 썼다. 그들은 무역과 군에 대해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들이 그들의 청구서를 지불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동맹들을 향해 방위비 증액을 거듭 압박해왔다. 지난 23일 트위터에도 "나는 우리의 '이른바 동맹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연체된 군사 비용 수백억 달러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들은 적어도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