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제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최악의 경제난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중국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이 올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다.
29일 홍콩 통계처는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낙폭이 전 분기보다 0.1% 포인트 줄었지만 앞서 시장 예상치인 -8.3%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 1분기 홍콩 경제는 1974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9.1% 역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 GDP 확정치는 내달 14일 발표된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도 경기 침체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도 26일 블로그를 통해 "지역경제가 회복되려면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홍콩 경제 성장률이 -4~-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홍콩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18명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넘게 일일 확진자가 100명대를 이어가자 홍콩은 식당 영업을 금지하는 등 강수를 뒀다. 코로나19 사태로 홍콩 현지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입은 상태다.
게다가 홍콩은 최근 국가안전법(일명 홍콩 보안법) 사태로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있다. 글로벌 자금 이탈 우려가 확대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만연하다.
도시 실업률도 지난 6월 6.2%를 기록,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반기 실업률이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이리스 팡 ING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소규모 식당들이 문을 닫으며 실업률이 8%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홍콩 경제가 3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할 경우 5개 분기 연속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이 앞서 1998년 주권 반환 당시 GDP가 5분기 연속 하락한 게 역대 최장 역성장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