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군함도’(하시마) 등 일본 근대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바로 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인류공동의 기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부제: 일본근대산업시설, 강제 노동의 진실과 왜곡된 역사)’ 국제 토론회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이하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철민·이하 해문홍)이 후원하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이사장 안병우)가 주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등재이후 후속조치 및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가보면 군함도에 대해 ‘강제노동은 없었다’, ‘조선인 차별은 없었다’는 섬 원주민의 증언만 채택하고 피해 당사자의 증언은 전혀 전시하지 않고 있다”고 생생히 전했다.
‘불행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으로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황수메이 대만 국립대 교수는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부에서는 ‘일본은 어떻게 인류보편의 가치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민철 경희대 교수는 “강제동원과 강제노동 해석문제는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인, 연합국 포로를 포함하는 다자간 문제임과 동시에 인권 문제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편적 가치가 아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마쓰노 아키히사 오사카대 교수는 “일본은 유럽열강의 식민지 위협에서 자국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중공업을 발전시켰다는 스토리 라인을 완성하기 위해 8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 23개 산업유산을 하나로 연결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아키히사 교수는 “일본 초대총리인 이토 히로부미를 배출한 하기시의 사립학교 쇼카손주쿠를 연관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산업유산에 포함시킨 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로런 리처드슨 호주 국립대 교수는 ‘제3자가 보는 동아시아의 강제동원의 문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피해자들이 아직도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돌아봤다.
이후 ‘일본의 약속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이어졌다. 알렉시스 더든 코넷티컷대 교수, 이현경 한국외대 선임연구원, 토드 헨리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교수, 남기정 서울대 교수,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 길윤형 한겨례신문 기자 등은 △독일의 역사 반성사례, △외교적 대응방향, △시민사회,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현경 선임연구원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인류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 교육적 증거물이라는 긍정적인 가치를 인정 받아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며 “일본은 동아시아와 세계사 맥락 속에서 아시아 아시아 태평 전쟁 당시 일어났던 강제노역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계획이다. 박양우 장관은 “2001년 독일의 에센 시에 있는 졸페라인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며 “졸페라인 탄광 역시 군함도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 하지만 독일은 나치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장관은 “‘온전한 역사’는 정직한 태도에서 완성된다. 일본은 산업혁명의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희생자의 아픈 역사도 함께 보존해야 한다”며 “한일관계 나아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이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와 피해국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