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27일 오전 10시(현지시간)을 기해 폐쇄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접수한 직후 웹사이트에 발표문을 올리고 "중국 외교부 주관부처가 정문으로 진입해 떳떳하고 정당하게 총영사관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CCTV 등 현지 언론들은 24일 청두 총영사관 폐쇄가 결정된 후 현판과 미국 국기가 내려지는 폐쇄 작업부터 이날 중국 관료들이 정문으로 진입해 접수하는 장면까지 보란 듯 생중계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 올라온 관련 동영상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조회 수가 1억건에 육박한다.
이날 중국 정부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접수하는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이곳에 몰렸다. 앞서 24일부터 수천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몰려와 사진·영상을 찍고, 불꽃놀이를 하는가 하면, 애국심을 강조하는 노래를 부르며 사실상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청두가 민족주의 정서 부흥의 중심지가 됐다"고 표현했다.
◆ 35년史 청두 총영사관 폐쇄···"美 '눈'과 '귀' 훼손됐다"
반면 베이징 주재 주중 미국 대사관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대사관 측은 이날 공식 웨이보를 통해 "청두 미국 영사관은 1985년부터 미·중 양국민 간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는 영원히 그리워 할 것이다"라고 작별 메시지를 고했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1985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쓰촨, 윈난, 구이저우, 충칭 등과 함께 신장(新疆)과 티베트 지역을 관할해 미국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곳엔 현지 채용 직원 150여명을 포함해 2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티베트 현지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닫힌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주재 외교관 출신인 제임스 그린은 "미국과 티베트와의 연결고리를 끊은 것으로, 미국에겐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눈'과 '귀'를 훼손할 것"이라며 "중국 현지 접촉 채널이 줄어들어 미·중 양국간 갈등·위기를 해소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식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차기 미국 행정부가 양국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 美대선 앞두고 대중 강경 드라이브 더 거세질듯
총영사관 폐쇄는 시작일 뿐이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대중 강경 드라이브가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선 미·중간 단교 가능성까지 나온다.
쑨딩리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중 관계는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며 "이미 양국은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태로, 심지어 단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쑨 교수는 "과거엔 세계화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양국간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 공관 폐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SCMP를 통해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곳은 앞서 인민해방군 복무경력을 숨기고 비자를 발급받은 중국인 연구원이 은닉해 있었던 곳이다.
스 교수는 "미국은 전방위로 중국에 맞서기로 결정한 상태"라며 "미국 백악관에 새 주인이 입성할 때까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각종 첩보활동 등에 대해 추가 사법처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