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이유로 중국의 스파이 행위를 부각시키자 후시진(胡錫進) 중국 관영 환구시보 편집인이 한 말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그는 앞서 22일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방침을 가장 먼저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알린 인물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홍콩 美 총영사관 폐쇄로 맞대응할까
현재로선 중국 정부가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의 폐쇄 시점인 24일 오후 4시에 맞춰 보복 조치로 중국 내에 있는 미국 총 영사관 1곳을 폐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은 중국 본토에 광저우, 상하이, 선양, 청두, 우한 등 5곳과 홍콩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폐쇄가 유력한 곳이 바로 홍콩 총영사관이다.
후 편집인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엔 최소 1000여명의 인력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왜 필요하나? 첩보중심지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 총영사관을 비록 폐쇄하지 않는다 해도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100~200명만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적지 않은 고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외신은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후 편집인은 이는 대등한 보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미 이곳에서 미국 외교관 일부가 철수한 만큼, 우한 총영사관을 닫아도 미국의 손실은 비교적 적다는 게 이유다.
신창 푸단대학교 국제연구소 부주임도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홍콩의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 여론도 홍콩 총영사관 폐쇄 쪽으로 기울고 있다. 22일 환구시보가 웨이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홍콩 총영사관이 폐쇄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휴스턴 총영사관 '스파이 의혹'에 반박··· "美 퍼뜨린 거짓말"
중국은 반격 조치를 준비함과 동시에 '여론전'에도 나서며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둘러싼 각종 스파이 행위 의혹에 반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내 연구 결과 탈취의 거점으로 파괴적 행동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휴스턴 총영사관은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스파이 센터"라며 "외교 시설이 아니라 미국 내 스파이 및 정보 공작 네트워크의 중심 교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대해 퍼뜨린 각종 소문은 거짓말이며,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차이웨이 중국 총영사는 이날 "거짓말을 천 번을 되뇌어도 사실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의 일부 정치인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유로 말끝마다 거짓말을 하며 민중의 생사와 행복은 돌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결국엔 남은 물론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이 같은 수작을 그만 부리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23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으며 견강부회"라면서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면 어찌 핑계가 없음을 걱정하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가 미국 대선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홍콩 명보를 통해 "총영사관 폐쇄는 전례 없는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층에게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 지지층을 확고히 하려는 게 목표"라고 진단했다.